뜨는 '갈등해결법' RC 개발자 "경청없는 대화는 독백"
뜨는 '갈등해결법' RC 개발자 "경청없는 대화는 독백"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우리가 대화라고 하는 건 '번갈아 하는 독백'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의 말을 진심을 다해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죠. 진짜 대화를 통해 진실을 말하면 큰 변화와 치유가 일어납니다."
대화를 통해 폭력과 갈등을 해결하는 기법인 '회복적 서클'(Restorative Circles·RC)의 창시자인 브라질 출신 도미닉 바터(47)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회복적 서클의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바터가 20년 전 개발한 회복적 서클은 브라질에서 시작해 현재 세계 26개국에 보급됐다. 유엔개발계획(UNDP), 유네스코 등도 도입을 적극 권고할 정도로 효과를 인정받는다.
28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바터는 "요즘 사람들은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갈등이 빚어지면 목소리를 더욱 높인다. 소리가 커지는 만큼 갈등도 커지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위험한 일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회복적 서클은 범죄 행위를 한 사람과 그 피해자,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고 진솔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간다.
처벌이 아니라 경청을 통한 상호 이해와 관계 회복, 자기 책임과 공동체 복원 방식으로 손상, 갈등, 폭력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이다.
이를 위해선 상대의 말을 온전하게 들어줘야 한다.
서클 안의 누군가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은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 그대로 따라하게 함으로써 서로가 이해하고 이해받았음을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마음을 열게 된다.
회복적 서클은 새로울 게 전혀 없이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효과는 놀랍다.
바터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회복적 서클로 해결을 시도한 갈등과 폭력 사례 400건 중 93%가 당사자들의 동의와 만족으로 해결됐다. 2008년 캠피나스 교구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으로 71건의 학생 체포와 법정 소환이 있었는데 회복적 서클이 도입된 뒤인 2009년에는 체포 건수가 단 1건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영국 연구기관 네스타(NESTA)의 연구보고서는 세계에서 효율적인 공공 복지사업 100개 가운데 가장 중요한 10개의 국제사업에 회복적 서클을 포함시켰다.
회복적 서클은 27일 끝난 브라질 대통령선거 TV토론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바터는 브라질 사법부, 교육부의 자문 및 교육프로그램 기획 일을 맡고 있으며 UNDP, 유네스코와도 협력 사업을 하고 있다.
회복적 서클은 2012년 한국에도 도입됐다. 강원지방경찰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을 중심으로 시행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비폭력센터(NVC) 초청으로 방한한 바터는 27일 서울 가정법원에서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들에게 회복적 서클의 원리와 효과, 사례를 소개했다.
회복적 서클은 예수상이 올려다보이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에서 마약갱단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됐다.
바터는 "회복적 서클은 가장 폭력적인 그룹을 대상으로 만든 모델이다. 놀라운 효과를 보면 어떨 때는 나도 잘 믿기지 않는다. 회복적 서클은 범죄와 잘못을 기계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인간관계를 회복해 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효과적인 길이다"라고 소개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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