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그림, 시

어느 말 한 마디가 - 이해인

평화숲 2011. 3. 2. 22:07

어느 말 한 마디가

이해인

 

어느 날 내게 네게 주고 싶던 속 깊은 말 한 마디가

비로소 하나의 소리로 날아갔을 제

 

그 말은 불쌍하게도

부러지 날개를 달고 되돌아왔다.

 

내 가슴 속에 뿌리를 내여야 goTdf

나의 말 한 마디는

 

돌부리에 채이며 곤두발질치며

피 묻은 얼굴로 되돌아왔다.

 

상처받은 그 말은 하얀 붕대를 싸매 주어도

이제는 미아처럼 갈 곳이 없구나

 

버림받은 고아처럼 보채는 그를

달랠 길이 없구나.

 

쫓기는 시간에 취해 가려진 귀를

조금 더 열어 주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니.

 

말 한 마디에 이내 금이 가는 우정이란

얼마나 슬픈 것이겠니.

 

지금은 너를 원망해도 시원찮은 마음으로

또 무슨 말을 하겠니.

 

네게 실연당한 나의 말이

언젠가 다시 부활하여 너를 찾을 때까지

 

나는 당분간 입을 다불어야겠구나.

네가 나를 받아 드릴 그 날을 기다려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