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 송강호

평화숲 2015. 11. 10. 22:30

[평화, 그 아득한 희망을 걷다. ]119쪽


송강호는 강정에 기도하러 왔다고 했다. 아침마다 구럼비에서 목놓아 기도했다. 펜스와 철조망으로 구럼비로 가는 길이 막혀 후로는 카약을 타고,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수영을 해서라도 기어코 구럼비에 들어가 기도했다. '전사' 송강호는 무엇보다 기도의 사람이었다. 구속 직후, 그의 방에선 아침마다 구럼비에서 드렸던 기도문이 발견되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하여 기도드리나이다. 하나님, 해군은 사악한 분열의 영으로 이 마을에 들어와 마을 주민들을 분쟁과 갈등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형제와 자매가, 친구들과 친척들이 서로 찬반으로 나뉘어 싸우고 갈라졌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 우리 강정마을을 불쌍히 여기사 서로 위협하고 반복하는 이 마을 주민들이 서로 용서하게 해주시고, 다시금 화해와 상생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잇도록 도와주십시오. 끊임없이 이간질하며 마을을 분열시키는 적들의 파당 만들기 공작을 절단내 주시고 외압이나 선동 없이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나 수십 번, 수백 번이라도 논의하고 대화하여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하나님,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처음부터 거짓과 사기, 매수와 공작으로 시작된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범죄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을 주민 대다수의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주민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설득할 능력도 없습니다.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나 바낻 의삭에 대해서 물리력과 강제력을 행사하고, 선량한 주민들과 무고한 시민들을 감금, 처벌해 가면서 무모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나이다. 주님, 무법하고 부당한 불법 공사를 지금 즉시 중단 시켜 주옵소서. 불의에 의해 압살당한 정의를 일으켜 세우소서. 경찰의 무력에 짓눌리고 정권의 시녀가 되어 버린 법관들에 의해 사사건건 범죄자로 처벌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주민들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이들의 좌절과 낙심, 오랜 세월의 투쟁으로 인해 지친 이들의 신음과 침묵을, 권력자들에 대한 동의요 평화라고 선전하는 이드르이 오만ㅇ르 심판하소서. 낙담과 절망 속에 지쳐 쓰러진 강정 주민들에게 힘을 주시고 저으이로운 분노로 충만케 하소서. 결단코 저으이로운 투쟁을 포기하지 말게 해주옵소서.

 하나님, 누가 감히 대통령과 국방부와 삼성과 대림과 같은 대기업들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이 작은 강정마을 주민들이 강하고 거대한 정부와 재벌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이 연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시고 무지한 자를 들어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분이심을 믿고 기도드립니다.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 연약한 우리를 대신하여 이 불의하고 사악한 세력들을 상대로 싸우소서.

 하나님, 파괴되는 구럼비를 지켜 주옵소서. 천혜의 지질 공원 구럼비를 깨부수고 폭파하며 이를 콘크리트로 매장하려는 이 미치광이와 같은 발상을 한 자와 시행하는 자 모두를 징벌하여 주시고, 이 살아 있는 너럭바위 일대가 영성과 명상, 기도의 터로 존솔될 수 있도록 지켜 보호하소서.

 하나님, 구럼비 앞 중덕바다는 숱한 어종이 서식하고 돌고래가 춤추는 아름다운 바다입니다. 여기에는 연산호, 나팔고등, 금빛나팔호 등 수다한 희귀한 해양 생물들까지 서식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생물들이 해군기지 공사로 인하여 몰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전부터 이 땅과 이 바다의 주인으로 살아온 생물들을 우리 인간들이 무슨 권한으로 대량 학살할 수 있으며 마음대로 아무 곳에나 이주시킬 수 있나이까? 주님, 전멸 위기에 처해 있는 이 작은 미물들의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곧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사오니, 주여, 살아 있는 구럼비 생태계와 강정 앞바다의 모든 생물들을 지켜 보호해 주소서.

 하나님, 대한민국의 교회들이 애국심을 앞세우는 국가 이기주의에 야합하지 않게 하시고 오직 야훼 하나님 한 분만 섬기고 따르도록 하옵소서. 옛 예언자들이 꿈꾸었던 것 같이 '칼을 쳐서 쟁길르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며' 전쟁도 없고 군사 훈련도 하지 않는 세상을, 우리가 현재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주옵소서. 칼로 흥한 칼로 망하리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굳게 믿고 평화 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곧 평화의 길임을 온몸으로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게 하소서. 그리스도께서 당신이 몸을 허물어 막힌 담들을 허물고 평화를 이루셨던 것처럼 우리도 자신을 희생하여 갈등과 불화의 장벽을 허물고 화해의 길을 만들어 가게 하옵소서.

 하나님,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게 하옵소서. 모든 군대와 기지, 무기고와 탄약고, 모든 군사 시설들이 제주도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하소서. 어떤 전함이나 탄약과 무기를 운반하는 선반들도 제주도 연안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시고 제주 바다를 푸르고 깨끗한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제주도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심 위치에 있음을, 우리 나라 국민들뿐 아니라 온 세계 시민이 깨달아 알게 하옵소서. 제주도가 어느 나라에 의해서든 요새화되거나 병참 기지가 되면 동북아시아 전체에 군비 경쟁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밖에 없고, 우리나라에도 어두운 전운이 감돌 수 밖에 없음을 알게 하소서. 하여 제주도에서 모든 군사기지를 쫓아내고 제주도가 동북아시아의 갈등과 분쟁을 중재하고 조정하며 세계 평화와 인류의 공존과 상생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장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이를 위하여 유엔의 평화 군축 센터나 평화대학,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기구들을 제주도에 유치할 뿐 아니라 현재 중국의 발의와 주도로 베이징에서 진행되고 있는 6자 회담과 같은 지역 안보를 위한 다자간 회담을 제주도에서 개최하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하소서. 그래서 제주도에 국제적인 평화 단체들과 기구들이 속속 본부 내지 지부들을세우게 하시고 이들의 개최하는 평화 회의들이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하소서.

 하나님, 제주도는 불의한 국가 공권력에 의하여 무고한 양민들이 대량으로 학살된 4.3항쟁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아픈 상처에 대한 기억이 제주도민들의 역사의식이 되게 하시고 평화를 향한 염원이 되게 하소서. 자라나는 모든 세대에게 평화를 가르칠 수 있도록 노내 각급 학교에서 평화 교육이 진행되게 하시고 제주도의 모든 젊은이들은 군복무 대신 평화 복무를 하게 하여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분쟁과 갈등 지역에서 평화 봉사를 하게 하소서.

 하나님, 국민 모두가 자연과 평화가 제주도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기업임을 알게 하소서. 하여 군사기지나 공해산업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거나 청정한 환경이 오염되지 않게 하시고 자연을 절대적으로 보존하고 평화를 기초로 제주도의 산업이 균형과 절제 속에 성장해 나가게 하옵소서. 제주도민들이 물신주의적 탐욕의 노예가 되지 말게 하시고 스스로 자족하며 공생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거지 없고 도둑 없고 대문 없는 제주도의 삼무 전통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도 굳건히 지켜지게 하시고, 누구나 땀 흘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들을 허락해 주셔서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섬이 되게 하소서.

 하나님, 우리 민족이 군사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고상한 문화의 힘으로 부강한 나라 만들기를 염원하셨던 김구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시고 작지만 튼실한 평화 중립 국가를 꿈꾸셨던 함석헌 선생님과 평화 통일을 온몸으로 실천하셨던 문익환 목사님, 그리고 스스로 가난을 감수하며 남과 북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셨던 권정생 선생님과 같은 민족의 소중한 이정표들을 따라 평화 통일의 길로 나아가게 해주옵소서.

 하나님, 우리나라의 평화 통일 운동이 한라에서 백두까지 불길처럼 번져 나가게 하시고 제주도민들과 정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전 국민이 우리와 함께 연대하는 세계 시민들과 대동, 단결, 연대, 협력하여 평화의 길을 가로막은 채 강행되는 이 사악하고 불의한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반드시 파멸시켜 주옵소서. 평화의 사람들이 평화 버스를 타고, 평화 비행기를 타고, 평화 보트를 타고, 평화 자전거를 타고, 평화 마라톤으로, 걸어서라도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강정으로 모여들게 해주시고 손에 손을 잡고 이 불의한 해군기지를 막아서게 해주옵소서.

 하나님, 대한민국이 이 세상의 자유의 도성이 되게 해 주시고 정의와 평화의 나라가 되게 하옵소서. 이를 위해 먼저 제주도가 비무장 펴오하의 섬이 되게 하옵소서. 하늘과 땅과 바다와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이 힘을 모아 이 민족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려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낼 수 있도록 저희를 도우소서. 정의와 평화와 기쁨의 나라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가 다시 부활히시어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하리라 약속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