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교폭력]③피해자·가해자 뒤바뀌는 현실 바꾸려면 본문

평화숲 2012. 8. 10. 14:32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학교폭력 피해학생은 물론 가해학생들에 대한 상담이나 치료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피해학생 및 가족들의 경우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기 때문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치유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학가협)에서는 피해자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해결에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제 3자, 즉 주변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데는 다수의 방관자가 암묵적으로 학교폭력을 용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흥미로워 하는 등의 반응을 나타내 가해학생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하게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언제든지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으로, 가해학생을 피해학생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피해학생 가족들 "피해자 전문 지원센터 만들어달라"

학교 현장에서 따돌림이나 폭력이 발생하면 보통 피해학생은 위(Wee)센터에서 상담을 받거나 지정된 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진단과 상담,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센터는 2011년 기준 전국에 127개, 기숙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스쿨은 지난해 기준 7개에 불과한 상태다. 증설한다해도 수요에 빠르게 맞추기는 어렵다. 더구나 위센터나 위스쿨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센터 이용은 하늘의 별따기다.



Wee 프로젝트 체계도 및 구축 현황(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피해학생 가족들은 이들 만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과 전문 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대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본부장은 "가해학생 교화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은 많이 제공되지만, 피해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나 시설은 없다"면서 "피해학생들의 쉼터 역할은 물론 각종 지원을 해주고, 캠프를 상설화할 수 있는 학교폭력 피해자 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해결, 주변인 역할도 중요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주로 '가해학생' 혹은 '피해학생'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학급 내 다수를 차지하는 70~80%의 학생들이 방관자로 남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학급 내 '주변인'들에 대한 성격과 행동특성을 바꿔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승연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연구에서는 주변에서 누군가 나서서 그러면 안된다고 지적하거나, 적절한 도움을 요청했을 경우 학교폭력의 57~60%가 10초 내에 해결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주변에서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이 옳지 않은 것이며 다수가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학교폭력은 주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한데, 어떤 프로그램이든 오랜 시간 꾸준히 지속해야 아이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