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4년 고민한 학교폭력, 신고 2일만에 해결하다
평화숲
2012. 11. 10. 21:05
조선일보, 이옥진, 앙지혜기자.
입력 : 2012.11.07 03:01 | 수정 : 2012.11.07 11:07
원스톱 센터 문 연지 100일… 4205건 신고 받고 1821건 해결
후속 조치 8.8%→43.3% 단순 상담서 끝나는 비율… 91.2%에서 56.7%로 줄어

◇"담배 셔틀 안 하면 죽인다" 협박받던 15살 남학생…4년 고민한 학폭 문제, 신고 2일 만에 해결
김상익(가명·15)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상익이에게 담배를 사오라고 하고, 안 사오면 '죽인다'는 협박까지 했다. 10월 31일 김군의 어머니 서모(43)씨는 원스톱 센터에 이를 신고했다. "상익이가 불안해하는데, 신고했다가 괜히 더 큰 피해를 보는 건 아니겠죠?" 원스톱 센터는 즉시 상익이의 집에 찾아갔다. 상익이는 처음엔 "보복이 두렵다"며 진술을 꺼렸지만, 스쿨폴리스의 지속적인 설득에 결국 자신이 괴롭힘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날 오후 서울청 수사팀은 수사에 착수해 학교에 이를 통보했고, 가해 학생들과 상익이를 분리 조사했다. 신고 다음날 가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어머니는 상익이의 집에 찾아와 사과했다. 4년 동안 신고도 못한 채 고민해 온 학교 폭력을 원스톱 센터가 2일 만에 해결한 것이다.
6일 오전“아들이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자살하겠다면서 울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출동한 학교 폭력 원스톱센터 경찰들이 학교폭력 피해학생 이모(10·앞줄에서 오른쪽)군과 이군 어머니(앞줄에서 왼쪽)를 만나 상담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이군과 상담하고, 가해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 사과를 받았다. 경찰은 이군을 교육청 Wee센터에 인계, 심리상담을 받게 할 예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8월 31일 원스톱 센터에 "○○외고 1학년에 다니는 딸이 왕따와 폭행에 시달려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왔다. 접수 직후 센터 상담사와 1319 수사팀, 스쿨폴리스가 피해 학생의 집으로 찾아갔다. 강희영(가명·16)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로부터 5월부터 왕따를 당했다. 이유는 희영이가 중간고사를 잘 봤기 때문. 친구들은 희영이를 화장실로 끌고가 때렸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희영이와 말하지 말라고 왕따를 부추겼다. 경찰은 일단 희영이의 자살 충동을 진정시킨 뒤, 희영이를 인근 신경정신과 병원으로 인계했다. 또 약 두 달에 걸쳐 가해학생들, 학교 담임교사, 같은 반 친구 등을 대상으로 심층 상담했다. 가해 학생들은 희영이에게 "미안하다. 질투가 나서 그랬다"며 사과했다.
◇왕따당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된 여고생…가해 학생 반성문, 피해 학생 심리치료
8월 7일 최민정(가명·16)양의 어머니 이모(49)씨는 원스톱 센터에 전화를 걸어 "딸이 집에만 있고 불안에 떤다. 아무래도 학교 폭력 때문인 것 같다"고 신고했다. 그날 저녁 경찰은 민정이의 집을 방문했다. 민정이는 경찰에게 자신이 왜 집 밖으로 안 나가는지 털어놨다. "같은 반 애들이 저더러 '나댄다', '깝친다'면서 따돌렸어요. 학교 애들 만날까봐 무서워 밖에 못 나가겠어요." 민정이는 지속적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고, 스쿨폴리스는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정이와 가해 학생들을 만나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민정이는 9월부터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 폭력 원스톱(one-stop)센터
서울지방경찰청이 흩어져 있던 학교 폭력 관련 기관을 하나로 합친 것으로, 지난 7월 26일 개소했다. 기존 학교 폭력 117신고센터·1319수사팀·스쿨폴리스를 통합해 신고 접수부터 조사, 사후 조치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24시간 대응 체제를 갖췄다. 원스톱센터는 학교 폭력 신고를 하루 평균 42건 접수한다. 현재 경찰 11명을 포함해 직원 24명이 근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