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그림, 시

씨앗의 용기 - 마크 네포

평화숲 2015. 5. 3. 21:40

 

 

씨앗의 용기

 

-마크 네포

 

땅속에 묻혀 있는 모든 씨앗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에 순응하는 순간,

어둠 속에서 따닥 소리를 내며 껍질을 가른다.

 

 

봄의 시작은 우리에게 더없이 강력한 가르침을 선사한다. 땅속에 묻혀 있던 온갖 작은 생명체들이 도처에서 보이지 않는 과정에 순응한다. 이 타고난 순응 덕분에 온갖 향기로운 먹거리들이 땅을 비집고 올라와 빛을 머금는다. 봄이 온 것이다.

 

이처럼 자연 속에는 무수히 많은 스승들이 있다. 어둡고 가망 없어 보이는 것들에 어떻게 자신을 내던져 상상을 초월한 깨어남을 이뤄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스승들이다. 어둠을 뚫고 꽃을 피워내는 이 과정은 신에게 이르는 문턱과 같다.

 

땅속에 묻혀 있는 씨앗은 난초나 히아신스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상처로 가득한 가슴은 사랑이나 평화를 느끼지 못한다. 깨부수기 시작하면 온 힘을 다해 뚫고 나오는 것, 이것이 씨앗의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