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들은 소년법으로 보호하고, 피해학생은 어느 법으로 보호합니까”
1년 전 늦은 밤 사무실에 홀로 앉아 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부모님이 법원에 낸 탄원서를 읽던 중 이 한 마디에서 눈길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이 한 마디로 인해 특별기획 ‘학교폭력 그 후’가 시작됐습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은 처벌을 받습니다. 짧으면 며칠, 길어봐야 6개월~1년인 출석 정지· 전학 조치·보호 관찰 등 입니다. 이상하게 피해학생들도 ‘처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하게도 가해학생들의 그것보다 지독합니다. 가해학생의 처벌은 정해진 기간이 되면 끝나지만 피해학생의 상처는 언제 아물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해학생의 처벌이 끝나면 관심도 사라지지만 피해학생의 눈물은 언제 그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재민이, 영훈이, 가영이(가명)의 사연을 통해 국내 학교폭력 대책의 시선이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도 짚어 봅니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자신을 뒤돌아보세요.(무엇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지)’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등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왕따 대처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됐다.
게시물은 ‘따돌림 대처법’ 6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자신을 뒤돌아보세요’ ‘너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맞서 싸우지 마세요’라는 등 대처법들이 괴롭힘의 원인을 피해 학생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미흡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 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남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의 물고문, 구타, 금품갈취 등 상습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아파트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이를 기점으로 2012년에 학교폭력예방대책이 수립됐으며 ‘4대 사회악’의 하나로 선정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부모, 학교, 선생님의 초동 대처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들어봤다. (게재는 무순)

명지대예술심리치료학과 최명선 조교수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제대로 대응해야 학부모와 자녀 간에 신뢰가 쌓인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은 다들 괜찮다고 한다. 근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자녀를 살펴봐야 한다. 학교폭력 발생 이후 부모가 초기 대응을 잘해서 사이가 안 좋던 부모와 자식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아이에게 모든 걸 얘기하지 말고 일단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녹음기를 틀어놓고 아이의 말을 기록해두고, 상흔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또 학교폭력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터트리기 전에 담임교사나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아이에게는 ‘쉬는 시간에 뭐 하고 놀아’, ‘누구랑 같이 노니’ 같은 질문들을 해봐야 한다. 또 담임교사에게 학기 초에 내 아이의 특성을 미리 얘기해 놓는 것도 좋다. 이 경험이 독이 아니라 아프지만 밑거름이 된다는 강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담임교사의 정확한 상황 파악이 중요…교사를 위한 화해는 타협도 해결책도 아니야
담임교사의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까지도 학교에서는 되도록이면 일 크게 만들지 말자는 태도가 있어서 담임교사 선에서 빨리 덮고 넘어가려는 경우들이 있다.
교사는 무엇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너희끼리 화해해”, “빨리 사과해”라고 말하고 반성문 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건 교사 자신을 위한 화해일뿐이다. 반성문도 교사가 쓰라니까 쓰는 것일 뿐이다. 타협도 아니고 해결책은 더더욱 아니다. 선생님을 위한 화해가 아닌 아이가 정말 원하는 방법으로 사과를 받아야 한다.

청예단 학교폭력SOS 지원단 부장 김승혜
▲사법적 구제절차는 신중해야
법적으로 구제절차가 많이 생기다 보니 부모들이 변호인을 대동하는 등 아이들의 싸움이 부모 간의 싸움으로 바뀌며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법적 다툼은 몇 년씩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며 그 과정에서 정작 주인공인 아이들은 소외되기 쉽다. 실제로 학교폭력 현장에서 몇 년에 걸쳐 소송을 진행해 결국 승소했지만 아이의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부모가 허탈감을 느끼는 사례들을 종종 봤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의 최종 목적은 아이들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만큼 부모는 법적 절차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학교 폭력 피해 당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
학교폭력의 피해 당사자에게는 네가 뭘 잘못해서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또래 문화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먼저 수치스럽고 부끄러울 수 있다. 또 아직도 사회에는 따돌림의 원인 제공은 당하는 사람이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러나 친구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반드시 친구나 상담소 등 누구든지 꼭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알려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지레짐작해 포기하면 안 된다.

밝은미래 아동상담소 소장 윤호순
▲학교폭력예방법의 법적 한계도 있어
학교폭력예방법 13조에 따르면 학폭위 위원(5인 이상 10인 이하)의 구성원 과반수가 학부모로 이뤄져 있다. 결국 학부모와 교직원만 참석해도 학폭위가 열릴 수 있으며 학부모들은 학교 폭력을 은폐하거나 학교 편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 변호사, 경찰 공무원 같은 전문가들도 학폭위 위원이지만 참석이 의무도 아니고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다 보니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책은 결국 구성원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의사, 변호사, 스쿨폴리스 등의 참석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하고 법에 적어도 5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참석 인원을 9인 이상으로 해야 한다. 현행법상 5인 이상으로 정하면 학부모 3명만 참석해도 과반수 이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학교폭력 대책위원회 구성원들…개선 필요
학교폭력을 책임지는 가장 상위 인물은 사실 국무총리다. 대책위원회가 열리면 위원들은 기획재정부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문화체육부 장관, 경찰청장 등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임명직이라는 것이다. 명분은 근사하지만 까놓고 보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법이 돼버렸다. 누군가 책임지고 학교폭력을 해결 할 수 있으려면 대책위원회 구성원을 임명직이 아닌 선거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jjy4791@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1년 전 늦은 밤 사무실에 홀로 앉아 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부모님이 법원에 낸 탄원서를 읽던 중 이 한 마디에서 눈길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이 한 마디로 인해 특별기획 ‘학교폭력 그 후’가 시작됐습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은 처벌을 받습니다. 짧으면 며칠, 길어봐야 6개월~1년인 출석 정지· 전학 조치·보호 관찰 등 입니다. 이상하게 피해학생들도 ‘처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하게도 가해학생들의 그것보다 지독합니다. 가해학생의 처벌은 정해진 기간이 되면 끝나지만 피해학생의 상처는 언제 아물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해학생의 처벌이 끝나면 관심도 사라지지만 피해학생의 눈물은 언제 그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재민이, 영훈이, 가영이(가명)의 사연을 통해 국내 학교폭력 대책의 시선이 엉뚱한 곳에 가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도 짚어 봅니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자신을 뒤돌아보세요.(무엇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지)’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등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왕따 대처법’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됐다.
게시물은 ‘따돌림 대처법’ 6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자신을 뒤돌아보세요’ ‘너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맞서 싸우지 마세요’라는 등 대처법들이 괴롭힘의 원인을 피해 학생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직도 따돌림과 학교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미흡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 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남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의 물고문, 구타, 금품갈취 등 상습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아파트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이를 기점으로 2012년에 학교폭력예방대책이 수립됐으며 ‘4대 사회악’의 하나로 선정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학교 폭력에 대한 부모, 학교, 선생님의 초동 대처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들어봤다. (게재는 무순)

명지대예술심리치료학과 최명선 조교수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제대로 대응해야 학부모와 자녀 간에 신뢰가 쌓인다. 부모가 자녀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은 다들 괜찮다고 한다. 근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자녀를 살펴봐야 한다. 학교폭력 발생 이후 부모가 초기 대응을 잘해서 사이가 안 좋던 부모와 자식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아이에게 모든 걸 얘기하지 말고 일단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녹음기를 틀어놓고 아이의 말을 기록해두고, 상흔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또 학교폭력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터트리기 전에 담임교사나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아이에게는 ‘쉬는 시간에 뭐 하고 놀아’, ‘누구랑 같이 노니’ 같은 질문들을 해봐야 한다. 또 담임교사에게 학기 초에 내 아이의 특성을 미리 얘기해 놓는 것도 좋다. 이 경험이 독이 아니라 아프지만 밑거름이 된다는 강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담임교사의 정확한 상황 파악이 중요…교사를 위한 화해는 타협도 해결책도 아니야
담임교사의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까지도 학교에서는 되도록이면 일 크게 만들지 말자는 태도가 있어서 담임교사 선에서 빨리 덮고 넘어가려는 경우들이 있다.
교사는 무엇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작정 “너희끼리 화해해”, “빨리 사과해”라고 말하고 반성문 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건 교사 자신을 위한 화해일뿐이다. 반성문도 교사가 쓰라니까 쓰는 것일 뿐이다. 타협도 아니고 해결책은 더더욱 아니다. 선생님을 위한 화해가 아닌 아이가 정말 원하는 방법으로 사과를 받아야 한다.

청예단 학교폭력SOS 지원단 부장 김승혜
▲사법적 구제절차는 신중해야
법적으로 구제절차가 많이 생기다 보니 부모들이 변호인을 대동하는 등 아이들의 싸움이 부모 간의 싸움으로 바뀌며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법적 다툼은 몇 년씩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며 그 과정에서 정작 주인공인 아이들은 소외되기 쉽다. 실제로 학교폭력 현장에서 몇 년에 걸쳐 소송을 진행해 결국 승소했지만 아이의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 남아 부모가 허탈감을 느끼는 사례들을 종종 봤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의 최종 목적은 아이들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가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만큼 부모는 법적 절차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학교 폭력 피해 당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
학교폭력의 피해 당사자에게는 네가 뭘 잘못해서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또래 문화가 중요한 시기인 만큼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먼저 수치스럽고 부끄러울 수 있다. 또 아직도 사회에는 따돌림의 원인 제공은 당하는 사람이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러나 친구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반드시 친구나 상담소 등 누구든지 꼭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알려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지레짐작해 포기하면 안 된다.

밝은미래 아동상담소 소장 윤호순
▲학교폭력예방법의 법적 한계도 있어
학교폭력예방법 13조에 따르면 학폭위 위원(5인 이상 10인 이하)의 구성원 과반수가 학부모로 이뤄져 있다. 결국 학부모와 교직원만 참석해도 학폭위가 열릴 수 있으며 학부모들은 학교 폭력을 은폐하거나 학교 편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 변호사, 경찰 공무원 같은 전문가들도 학폭위 위원이지만 참석이 의무도 아니고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다 보니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책은 결국 구성원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의사, 변호사, 스쿨폴리스 등의 참석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하고 법에 적어도 5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참석 인원을 9인 이상으로 해야 한다. 현행법상 5인 이상으로 정하면 학부모 3명만 참석해도 과반수 이상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학교폭력 대책위원회 구성원들…개선 필요
학교폭력을 책임지는 가장 상위 인물은 사실 국무총리다. 대책위원회가 열리면 위원들은 기획재정부 장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문화체육부 장관, 경찰청장 등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임명직이라는 것이다. 명분은 근사하지만 까놓고 보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법이 돼버렸다. 누군가 책임지고 학교폭력을 해결 할 수 있으려면 대책위원회 구성원을 임명직이 아닌 선거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jjy4791@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