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영의 회복적생활교육 이야기

[스크랩] 지금은 둥글게 모여 이야기할 때.

평화숲 2016. 10. 13. 10:09

박숙영의 회복적 생활교육 이야기 45

 

 

 

지금은 둥글게 모여 이야기할 때.

 

 

서클 CIRCLE이란 둥글게 앉아서 이야기하는 모임형태를 말한다. 서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모임 방식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둥그렇게 모여 앉는 방식보다는 일렬로 줄을 지어 모이는 방식이 일반화 되었다. 회의 할 때도, 수업할 때도, 예배 시간에도. 일렬의 방식은 우리로 하여금 누군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맨 앞의 한 사람에게 주목하도록 만든다. 모임의 형태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부터이다. 지시하고 복종하는 위계적 질서가 중요한 사회에서는 더 이상 둥글게 모여 앉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둥글게 앉아 이야기하는 서클 방식이 관심받기 시작했다.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왜 서클 방식이 다시 돌아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서클의 힘은 무엇인가? 회복적 정의의 가장 대표적 프로세스인 서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서클은 새로워진 옛 방식이다.

피스메이킹 서클은 직접적으로 북 아메리카 인디언 가운데 공통인 말하기 서클의 전통에서 유래한다. 중요한 공동체 이슈를 토론하기 위해 둥그렇게 모이는 것은 대부분의 부족 사람들의 일부였다. 그런 과정은 여전히 전 세계 토착원주민들 및 종교적 평화 전통 가운데 자연스럽게 존재해왔다. 이러한 서클의 적용은 오늘날 단체/조직, 이웃, 학교, 일터, 사회봉사, 사법 제도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심지어 피터 셍게, 오토 사머나 MIT 경영학 이론자들의 학습 조직 이론 등이 제시하는 기업 경영 이론으로 새롭게 정착해 나가고 있다.’

서클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고대 인류가 가져왔던 모임의 형태이다. 서클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리스마 있는 소수가 지도력을 발휘하여 이끌어 가는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사회가 끝났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권위에 무조건 따르고 싶어 하지 않으며, 집단을 위해 자신의 필요와 욕구가 희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자율성과 독특함을 존중받기 바라며, 이러한 개인적인 필요를 존중받을 때 더욱 열정적으로 공동체에 헌신하게 된다. 권위주의적 조직사회는 현대사회에 더 이상 작동되지 않으며 빠른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경직된 형태가 되었다. 한편 서클 프로세스는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는 생기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한다. 서클 프로세스의 창의적 영감에 대해서는 이후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이렇게 서클 프로세스는 새로워진 옛 방식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서클은 힘을 동등하게 나눈다.

서클의 가장 큰 특징은 힘을 동등하게 나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일렬로 앉는 형태에서는 권력이 동등하지 않고,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가장 큰 힘이 주어진다. 주로 말할 기회는 소수에게 주어지며, 말할 기회는 그 사람에게 권력을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반면 서클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말할 기회를 갖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말하기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만들어내는데, 동등한 말하기를 통해 권력이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서클에서의 말하기는 강요되지 않으며 항상 선택으로 존재하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패스할 수 있다. 이러한 서클의 구조는 권력의 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서클에서 말하기 도구가 상징적으로 사용되며, 이를 통해 구성원은 1/N로 참여하게 된다.

 

서클은,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마음을 열고 진실을 말하고 가슴으로 듣는 과정이다.

서클은 마음을 열고 진실을 말하고 가슴으로 듣는 과정이다. 서클에서는 책상 없이 의자만 둥글게 배치해서 앉는다. 책상이라는 작은 방어벽도 제거한 채 나를 상대방에게 개방하게 한다. 서클에서 사람들은 역할이나 지위로써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존재로서 만나는 공간이다. 그래서 어떠한 선입견이나 꼬리표를 가지고 상대방을 바라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수용하고 존중한다. 서클은 진실의 힘을 믿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 말하지 않으며, 자신의 내면의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에는 그의 경험을 존중하며 마음으로 듣는다.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말한 사람의 진정한 의도에 초점을 맞추어 듣는다는 의미다. 서클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환영하며, 다름에 대해 호기심으로 탐구하기를 초대한다. 서클은 옳고 그름의 이해 틀을 너머서서, 다양한 관점을 통해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서클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며, 영적인 공간이다.

서클에서 나눈 개인의 진실한 이야기는 서로를 신체적 지적 정서적으로 연결할 뿐만 아니라 영적인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서로에 대한 깊은 연결은 공동체 안에서 안전한 관계 그물망을 형성하게 한다. 서클은 안전하고 영적인 공간을 만들 뿐 아니라, 이러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서클의 기반이 되는 주춧돌을 세운다. 서클의 주춧돌을 몇 가지 안내하면 다음과 같다. 1) 내면의 진실을 말하기 2) 평가하지 않고 깊이 있게 듣기 3) 사적인 것을 보호하기 위해 서클 안에서의 이야기는 서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 4) 말하기를 선택하기 5) 침묵을 서클의 멤버로 초대하기 6) 자신과 공동체를 돌보기 위해 요청하기 7) 합의에 의해 결정하기 . 서클의 주춧돌은 서클의 작동원리가 되며, 이에 의해 서클은 더욱 더 안전한 공간이 되어 간다. 파커 파머는 영혼을 야생동물로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영혼은 야생동물과 같아서 거칠고 활달하며 노련하고 자립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수줍음을 탄다. 야생동물을 보려면 숲에 들어갈 때 절대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나오라고 불러 대선 안 된다. 오히려 살금살금 걸어 들어가서 한두 시간 정도 나무 밑에 앉아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그때 기다리던 동물이 모습을 나타내고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야생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서클이 영적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침묵과 무조건적 존중으로 존재로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클은, 공동의 지혜를 출현시킨다.

각자의 이야기는 진실의 힘이 들어 있다. 이 이야기 속의 경험과 지혜가 방향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의 지혜를 출현시킨다.’공동의 지혜는 함께 배우면서 우리가 개인들로서만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무언가를 향해 진화해 가는 유사한 능력을 반영한다. 공동의 지혜는 소위 건강하거나 계몽된 그룹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그룹에게 있는 잠재성이다. 공동의 지혜는 불분명함, 알지 못함, 그래서 개인적 성찰이 보태지고, 다양한 관점들을 들어야만 할 때 나타난다.’ 서클에서의 공동의 지혜는 다양한 관점의 개인들이 자기 성찰적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며, 긍정적인 연결을 형성하는 가운데 돌연 출현한다. 이는 인간은 내면의 지혜를 지닌 존재라는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으며, 내면의 어리석음보다는 지혜에 먼저 초점을 맞추었을 때 공동의 지혜는 나타난다. 반면 인간은 지혜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음도 타고난 잠재성이기 때문에, 공동의 지혜를 출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든 집단적 어리석음에 빠질 수도 있다. 집단적 어리석음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은 거짓 동의집단적 일치에 의해서이다. 공동의 지혜를 출현시키기 위해서 구성원들은 깊이 듣기, 확실성을 보류하기, 전체 체계를 보기,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기, 떠오르는 것을 환영하기, 초월적인 것들을 신뢰하기의 자세가 필요하다.

 

서클의 구성요소

서클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1) 일상적인 모임과는 다른 방식의 자리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세레모니, 2) 말하기 도구인 토킹 피스, 3) 서클 진행자, 4) 서클의 주춧돌 5) 공동체의 가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센터피스(중앙 상징물)가 있다.

 

마치며

이제껏 짧은 지면으로 서클의 이해를 위한 내용을 제시했다. 앞으로 서클에 대한 더 많은 이해와 탐구가 필요하다. 서클은 다양한 정서 즉, 분노, 기쁨, 억울함 등등의 것들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방식이다. 특별히 서클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나뉘어 있지 않으며 우리 모두는 가르치는 동시에 배우는 자라는 전제 위에 있다. 서클로 수업을 구조화한다면 배우는 자에게는 배움의 즐거움을 회복하게 하고, 안전한 신뢰,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자발성, 배움에 대한 책임을 가져다준다.

교사가 답을 알려주는 방식의 기존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서클은 질문하고 대화하며, 다양한 개인의 관점을 허락함으로써 좀 더 참된 진리로 나아가도록 초대한다

출처 : 회복적 생활교육
글쓴이 : 박숙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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