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애들 장난인데' 장난과 학교폭력을 가르는 기준은? - 조선일보

평화숲 2017. 6. 20. 19:44

<디테일추적>'애들 장난인데' 장난과 학교폭력을 가르는 기준은?

입력 : 2017.06.20 15:26 | 수정 : 2017.06.20 16:07

지난 4월 서울 중구의 숭의초등학교에서 같은 반 아이들 4명이 한 친구를 담요 아래 밀어넣어 야구방망이, 나무막대 등으로 집단 구타하고 물비누를 음료수로 속여 마시게 하는 등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연예인 아들, 대기업 손자 등 4명의 아이들에게 맞았다 주장하고 있고, 학교측에서는 대기업 회장 손자는 가담하지 않아 3명이 연루된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은 “담요 아래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 “그냥 장난이었다”고 주장했고, 담임교사도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아이들 심한 장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숭의초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도 징계 대신 ‘사과하고 화해하라’는 뜻의 ‘권고’ 조치만 내린 상태. ‘장난이었다’는 가해자측 의견들이 반영된 결과다.

◇어디까지 ‘장난’이고 어디부터 ‘폭력’일까

피해자 유모(9)군은 충격으로 근육 세포가 손상되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한동안 등교하지 못했다. 그러나 숭의초등학교 학폭위는 이 사건에 대해 “의도성과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어 조치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마디로 ‘장난’이었다는 얘기다. 어디까지 ‘장난’이고 어디부터 ‘폭력’인 걸까.

지난 2012년 학교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 권승민(당시 13세) 군을 폭행한 가해자들도 조사에서 “장난이었다”, “친해서 그랬다”고 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학교 폭력’의 정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관계자는 “학폭위 위원들은 기본적으로 제 3자 입장이라 여러 정황을 수집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가해 학생이 ‘장난’이라고 주장하더라도 목격 학생과 피해 학생의 증언을 종합해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처벌할 수는 없지만 신체·정신·재산적 피해를 입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입증할만한 정황과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다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피해자 유모(9)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충격으로 근육 세포가 손상되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 측 병원 진단서를 반영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장난’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

교육부가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판'/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2014년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판’에서도 ‘사소한 괴롭힘’이나 학생들이 ‘장난’이라고 여기는 행위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학교폭력의 유형을 규정한 항목에서는 “장난을 빙자한 꼬집기, 때리기, 힘껏 밀치기 등 상대학생이 폭력으로 인식하는 행위”도 ‘신체폭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숭의초등학교는 사건이 발생한지 나흘 뒤에 관련된 아이들에게 사건 상황에 관해 쓰도록 했다. 이 중엔 ‘유 군이 얼굴을 내밀어 이불 아래 있단 걸 알면서도 계속 깔아뭉갠 어린이가 있었다’, ‘재벌 회장의 손자가 가져간 야구방망이를 다른 어린이가 가져가 이불을 때렸다’고 쓴 글도 있다.

목격 학생의 증언, 피해 학생의 증언이 모두 ‘학교폭력’ 조항과 일치하는데도 ‘장난’이라는 가해자의 말만 받아들였다는 의심을 받을만한 대목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0/20170620020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