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교사·또래 관계망 붕괴.. 청소년 정신건강 '빨간불' [그 아이가 보낸 마지막 신호]
김승환 입력 2021. 12. 20. 06:03 수정 2021. 12. 20. 07:05 댓글 9개서울 청소년 4명 중 1명 '자살 생각'
우울·불안 상담 68%·207%로 증가
함께하는 시간 늘자 가족갈등 심화도
전문가 "코로나 종식 후에도 피해 남아"

올해 6월 어느 날, 딸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로 엄마의 시계는 멈춰버렸다.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양은 학교폭력을 견디다가 세상을 등졌다. 반년이 지났지만 가족들의 고통은 그날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엄마 B씨는 “학교에서 상담 치료 프로그램을 안내해줬는데, 한 번 가고 더는 가지 않았다”며 “자살이란 말조차 듣기 싫었다”고 말했다. 좀체 잠을 못 이루는 탓에 약도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꽤 오래 버티던 남편도 얼마 전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통계 수치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란 점이다. 19일 서울시의 ‘서울시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자살 사고(생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명 중 1명이나 됐다. 조사는 올해 5∼7월 12∼24세 청소년 85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빈도별로는 지난 1년간 1회(9.5%·806명) 혹은 2∼3회(8.0%·681명)라는 응답이 많았지만, ‘월 1∼2회’ 3.5%(296명), ‘주 1∼2회 이상’도 3.3%(284명)나 됐다.

전문가들은 2년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청소년의 자살 사고·계획·시도가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등교 중단, 원격수업 확대 등은 교사·또래로 구성된 관계망을 와해시켜 청소년기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은지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장(정신과 전문의)은 “청소년기 정신건강에 중요한 요소인 사회적 지지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며 “교사, 친구라는 자원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도 “청소년은 코로나19에 따른 우울, 자살사고 증가 영향이 성인보다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부정적 영향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쉽사리 복원할 수 없는 피해를 남길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진단이다. 김은지 센터장은 “성인은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아이들은 중요한 발달 단계 도중에 감염병 사태를 겪은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해도 이미 받은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다. 정상적인 사회성 발달 과정을 밟지 못하는 상황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환·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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