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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김예슬씨 이어 ‘대학거부’ 선언한 유윤종씨

평화숲 2011. 11. 17. 07:23

교육·입시
고려대 김예슬씨 이어 ‘대학거부’ 선언한 유윤종씨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사람을 문제풀이 점수로 ‘평가’하는 시스템, 그건 어찌됐든 공정할 수도 인간적일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인권보호 운동을 해온 서울대생 유윤종씨(23)가 대학 서열화와 입시위주의 교육을 반대하며 자퇴했다. 서울대 사회학과에 다니던 유씨는 14일 ‘공현’이라는 필명으로 교내에 ‘저번 주에 자퇴서를 냈는데…’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유씨는 대자보에서 “대학 서열화나 입시 문제는 대학 교육에도 악영향이 있으며 등록금 문제도 서열화 및 초과수요 문제와 깊은 인과관계가 있다”면서 “사회에서의 학력·학벌 차별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고 저항하고 싶다”고 자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요즘 설문조사 보조, 언론 모니터링, 인권 강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서울대를 자퇴한 유윤종씨는 14일 홍대 앞 카페에서 서울대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고졸이 차별받는 것은 대학 서열화의 결과”라고 했다. | 김영민 기자

 
유씨는 고교 때부터 청소년 인권운동 및 입시 폐지운동을 벌였으며 2006년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를 결성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운동에 본격 뛰어들게 된 계기는 고교 2학년 때인 2005년 서울, 대구, 광주 등지에서 열린 청소년들의 내신등급제 반대 촛불집회와 두발제한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였다.

“기숙사에서의 체벌 등을 비판하는 A4 전단지를 돌렸다가 벌점을 받았어요. 그때는 어떻게 저항하는 줄 몰랐죠.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집단적으로 행동하고 바꿔나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유씨는 입학 초부터 ‘서울대생’이라는 정체성을 고민했다. 그는 “서열화된 대학 체제에서 소위 지방대에 들어간 친구들은 학교에 애정을 붙이지 못하고 취업준비에 몰두해 대학 교육이 파행을 겪게 된다”며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사립대들에 비해 서울대 사정은 훨씬 낫지만 이것은 학벌 체제의 꼭대기에서 특혜를 누린 결과”라고 말했다. 대자보에도 “여러분이 서울대 재학생·졸업생이라는 게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주시고 학벌 사회와 대학 교육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썼다.

서울대 학생들의 반응은 “유씨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자퇴라는 형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울대생 박선아씨(23·농경제사회학부)는 “노력은 비슷하게 해도 한두 문제의 차이가 학벌을 만드는데, 그 꼬리표가 평생을 따라간다”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자퇴는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현진씨(22·소비자학과)는 “제도의 문제는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없지만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성급한 결정”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유씨는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자퇴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방식이다. 당장은 바뀌지 않아도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판이 커지고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 4일 유씨의 자퇴원을 수리했다고 14일 밝혔다. 유씨는 고3 청소년 중 대학을 안 가기로 결심한 학생들과 대학을 안 갔거나 그만둔 사람들을 모아 ‘대학입시 거부선언’ ‘대학 거부선언’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