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양자역학’이라는 낯선 물리학 이론이 생활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반도체 없는 컴퓨터를 상상해 보자. 반도체가 없다면 노트북, 스마트폰과 같이 작은 컴퓨터의 탄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대 물리학의 기초인 양자역학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하는 등 현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많은 기술들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 또한 양자역학은 과학기술의 측면뿐 아니라 철학, 문학, 예술 등 다방면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 20세기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현대 물리학의 기초가 된 양자역학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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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에는 덴마크의 닐스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 1885~1962)가 새로운 원자 모형을 제안했다. 이것은 영국의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가 1911년에 제안한 모형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러더퍼드의 모형은 마치 태양계처럼 한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들이 궤도를 이루면서 회전하는 모형이었다. 보어는 이 원자 모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궤도가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진 몇 개의 궤도만 허용 가능하다고 가정해야 함을 주장했다.
1920년대 혁명, 진정한 양자역학 탄생
학자들은 이와 같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특정의 ‘양자’가 몇 개 있는지 세는 식으로 새롭게 힘과 운동의 관계를 밝히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1920년대에 들어와 난관에 부딪혔다. 기초적인 아이디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이 속속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자 이론은 네덜란드 물리학자 제이만(Pieter Zeeman, 1865~1943)이 발견한 현상이나 독일의 오토 슈테른(Otto Stern, 1888~1969)과 발터 게를라흐(Walther Gerlach, 1889~1979)가 발견한 현상은 전혀 설명할 수 없었다. 수소 다음으로 간단한 원자인 헬륨의 원자 모형도 난항이었다. 이 당시에는 물리학에서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에너지 보존 법칙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후 물리학자들의 계속된 연구 결과, 양자역학은 초기의 ‘양자’ 가설을 기본으로 삼아 전혀 새로운 역학으로 탄생했다. 1925년 무렵부터 독일의 막스 보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1901~1976), 파울리(Wolfgang Ernst Pauli, 1900~1958), 파스쿠알 요르단(Pascual Jordan, 1902~1980) 등이 행렬이라 부르는 수학 기법을 이용해 기존의 역학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역학을 만들어냈다. 이로써 그동안의 어려움을 모두 극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 역학을 ‘행렬역학’이라 불렀다.
그 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가 새로운 방정식과 더불어 ‘파동역학’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역학을 제안했다. 행렬역학과 파동역학 모두 그동안 난관에 부딪혔던 현상들을 아주 탁월하게 설명해냈다. 여기에 영국의 폴 디랙(Paul Adrian Maurice Dirac, 1902~1984)이 제안한 새로운 이론이 덧붙여졌다. 결국 이 세 가지 모두 같은 역학 이론임이 밝혀졌고, 막스 보른은 이 새로운 역학에 ‘양자역학’이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파동함수·불확정성 원리 등장- 앎의 한계 지적
양자역학이라는 새 이론은 원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이론이었다. 학자들은 이 이론을 토대로 점점 더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 새로운 이론은 ‘우리가 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아주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새로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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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 상보성 개념 주장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양자역학의 표준적인 해석을 체계화하려 애쓴 것은 이러한 인식론적인 위기상황 때문이었다. 이를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라 부른다.
1927년 9월, 연속 전류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전지를 처음으로 개발한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Giuseppe Antonio Anatasio Volta, 1745~1827)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이탈리아 코모에서 학술회의가 열렸다. 보어는 “양자 가설과 원자이론의 최근 전개”라는 강연에서 상보성 개념에 기초를 둔 양자역학의 해석을 제안했다. 그 뒤 열린 브뤼셀 솔베이 회의에서 양자역학의 기초에 관한 논쟁은 매우 뜨거웠다. 보어는 이 논쟁에서 자신이 코모 강연에서 주장했던 상보성 개념에 기초를 둔 양자역학의 해석을 당시의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이게끔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 참석한 물리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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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와 양자역학이 응용된 사례들.
나노기술·양자계산...양자역학의 계속되는 혁명
양자역학은 1920년대의 혁명으로 시작됐지만, 그 혁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양자역학을 특수상대성이론과 접목시킨 양자장이론이 기본입자에 대한 이론으로 확립됐고, 21세기의 첨단기술로 불리는 나노기술도 그 근간에는 양자역학의 새로운 혁신들이 깔려 있다. 특히 양자계산의 개념과 이론적인 논의를 토대로 양자컴퓨터를 실험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양자역학은 이제 명실 공히 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 돼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나 초전도체의 기본 메커니즘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나노기술이나 양자계산 등과 같이 새로운 방향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인식론과 같은 철학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이제 양자역학은 문학과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 형광 현상
물체가 빛을 받아 다른 빛을 내는 현상
- 냉광 현상
열을 내지 않고 빛을 내는 현상
- 광전 효과
금속판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나오는 현상
- 진동수
파동이 1초 동안 위아래로 진동하는 횟수
- 파장
파동의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의 거리
- 파동함수
어떤 계의 상태나 정보를 담고 있는 함수.
- 불확정성 원리
양자역학에서 두 개의 관측 가능량을 동시에 측정할 때, 둘 사이의 정확도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원리. 즉,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원리.
- 상보성 원리
미시적 세계의 현상을 기술하는 데는 파동과 입자 같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의 짝을 함께 사용한다는 원리
- 글 김재영 /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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