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그림, 시

괜찮아 - 메리 올리버

평화숲 2014. 3. 18. 16:53

괜찮아

 

   메리 올리버 Mary Oliver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문 열쇠구명으로 기어 들어왔다. 난 거미를 조심스럽게 창문에 올려놓고 나뭇잎을 조금 줬어. 그녀가(만일 암놈이라면) 거기서 바람의 그리 부드럽지 않은 말을 듣고, 남은 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거미는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었어. 밤에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낮에도 움직일 수 없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잠든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이윽고 거미는 작은 병 모양이 되더니, 방충망에 위아래로 줄 몇 가닥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떠나 버렸어.

 

무덥고 먼지 낀 세상이었어. 희미한 빛이 비치는, 그리고 위험한. 한번은 작은 깡충거미가 현관 난간 위를 기어나가다가, 내 손에 들어와, 뒷다리로 서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초록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보았어. 너는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진짜로 그랬어. 따뜻한 여름날이었어.

요트 몇 척이 항구 주변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항구는 뻗어나가 대양이 되지.

세상이 끝이 어디인지 누가 알 수 있겠어. 열쇠구멍의 작은 거미야. 행운을 빈다.

살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살아라.

 

 

 

 

 

 

거미 : 피하고 싶은 것의 상징, 관계를 맺기 힘든 것, 수용하기 어려운 대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흉칙한 것.

그런 거미가 내게 다가올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거미를 통해 하나의 열쇠구멍을 보게 되고, 열쇠 구멍을 통해 먼지 낀 세상이 아닌 그 뒤에 있는 항구와 무한한 대양을 보는 것이 가능할까?

거미 = 수치심, 열쇠구멍 = 먼지 낀 세상, 대양 = 새로운 가능성.

 

인문학 강좌 [브레네 브라운과 크리스토퍼 거너의 수치심과 자신에게 자비를 주기'] 첫 시간에 나누었던 메리 올리버의 시.

 

흉칙한 것, 보기 싫은 대상, 아니면 무섭고 두려운 것, 그리서 피하고 싶은 것에 대해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 두려움, 회피, 공격, 배제..... 의 반응을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시에서는 거미라는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인해서 먼지 낀 세상 너머의 항구와 대양을 만나게 된다.

무엇이 거미로 시작한 것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가게 하는가.

피하고 싶고 긍휼의 마음이 사라지는 그  인간으로 부터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게 되는가?

인간의 다면성을 볼 줄 아는 여유와 마음이 필요하겠다. 한 가지의 행동이나 사건으로 인해 상대를 비난하게 되는데, 행동에 대한 비난이 인간에 대한 비난으로 확대되어서는 안되겠다. 그것이 중요하겠다. 새로운 가능성, 무엇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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