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에서 몸을 빼라
지난 12월 말 친정어머니의 10주기 추도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 후에 가족들이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해마다 어머니의 무던한 마음씨를 고마워했던 친정아버지께서 그날은 처음 들어보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일평생 가장 잘한 일은 1948년에 월남한 일이다. 그때 땅 몇 평, 밭 몇 마지기 아까워서 집을 못 떠났으면 지금 너희들이 어떻게 됐겠냐!" 시며 감격하셨습니다. 자녀들은 웃으면서 "그럼 우리들이 지금 탈북동포됐겠지요"하면서 아버지의 용기 있는 결단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날 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 당시에는 무모해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감사한 결정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집 떠나면 생고생인지도 모르고 어머니를 졸라서 서울로 전한한 일, 대학 다니다 돈 없어서 휴학하고 취직한 은행을 2년만에 사직하고 가난한 대학생으로 돌아간 일, CCC 후배에게 전도받아 예수 믿고 전도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일, 30대 초 몸담았던 대학을 포기하고 사모로서 교회 일에 전념한 일 등등. 그 때는 안전한 삶을 버리고 꿈과 비전을 쫓아가는 불안한 선택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잘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선택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대학 강단을 떠나는 일이었습니다. 얼마 전 옛 자료를 정리하는 중에 그 시절의 일기를 발견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학교 강의를 계속하고 싶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고스란히 볼 수 있었습니다. 개척해서 4개월 쯤 되는 시점에 이런 각오의 글이 있었습니다.
* 이 상황에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길
200%의 삶, 혁명적인 삶, 석유를 뽑아내는 삶, 좀 더 살아있는 정신이 되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막9:23하)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느니라(빌4:13)
1. 잠을 덜 잔다.
2. 성령의 폭발적인 능력을 받는다.
3. 아이 양육과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4. 불필요한 잡무를 줄인다.
5. 일을 능률적으로 한다.
6. 잡념 없이 혁명적으로 산다.
7. 자기극기만이 절대 필요하다.
8. 긴박감이 필요하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지만 결국은 학교를 포기하고 교회 일에 전념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아까운 일이었고 지도교수도 지금 가면 다시는 못 오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며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라는 안정된 직업을 떠나는 모험이 없었다면 지금 누리는 교회사역을 통한 풍성한 은혜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2010년 새 수첩 맨 앞에 '안전지대에서 몸을 빼라!'. '이만하면 됐어! 하지 말라'고 적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 좀 쉬고 싶고, 집에서 손주들 재롱 보면서 여유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자꾸 올라와서 입니다. 나이 탓을 하면서 안일과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고 있어서입니다. 먼 훗날 그 때 참 잘 선택했다고 회상할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주님,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과 믿음을 허락하소서!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을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3:13~14)
- 동산교회 큐티 집 '큰 숲 맑은 샘' 2월호에 실린 글이다.
'큰 숲 맑은 샘'을 필 때 가장 먼저 찾아보고 읽는 것이 바로 이재순사모님의 글이다. 삶의 깊이와 진실 속에서 나오는 글들은 항상 감동과 용기를 주었다. 이 번 달 역시 내게 용기를 주시는 글들을 쓰셨네. 이재순 사모님의 열정과 지혜, 그리고 성령 충만과 진실 앞에 무게감 있는 감동을 받게 된다. 안정된 삶을 뒤로 미루고 비전과 꿈을 위해 올 2010년 새해는 변화와 도전으로 시작하는 우리 가정에게 특히 더 위로와 용기가 된다. 하은이의 샘물중학교 입학을 위해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전과 꿈을 위해 선택하고 그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현실적이고 안정된 삶을 좋아하는 남편도 함께 해주어 너무 고맙다. 내 욕심대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아닌, 남편과 함께 공유하는 삶을 통해 꿈과 비전을 향한 도전과 변화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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