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18 22:41:41ㅣ수정 : 2012-01-18 22:41:48
- [10대가 아프다]릴레이 기고 (8)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
- 정병오 | 좋은교사운동 대표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그 상황이 되도록 왜 선생님께 이야기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 학생이 폭력 피해를 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또 저학년 시절 처음 폭력의 피해를 당했을 때 분명히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선생님은 가해학생을 훈계하고 벌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해학생은 선생님의 훈계와 벌을 받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정말 뉘우쳤을까. 대부분의 경우 가해학생은 자신이 선생님께 훈계를 듣고 벌을 받는 것은 피해학생이 선생님께 일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은 억울하게 벌을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순간 가해학생이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벌을 받은 후 자신의 잘못을 선생님께 이른 피해학생에게 다시 폭력을 가하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가해학생으로 하여금 다음부터는 피해학생이 선생님께 이르지 못할 정도로 더 큰 폭력과 협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화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피해학생은 자신의 피해를 선생님께 이야기하지 않게 된 것이고, 가해학생의 폭력은 더 잔혹해진 것이다.

사실 아주 작은 폭력 사건이라 하더라도 교사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두 학생의 학부모, 그리고 그 폭력을 지켜봤던 친구들을 함께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임에서 피해학생이 폭력을 당했을 때 얼마나 괴롭고 수치스러웠는지를 말하고, 피해학생의 부모도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를 목격한 친구들도 얼마나 놀랐는지, 그리고 가해학생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은 자신의 폭력이 그 친구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었는지, 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게 관계를 파괴하는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가해학생이 피해학생과 가족, 친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향후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를 이야기하게 하고 그것을 모든 사람들 앞에서 실천하게 해야 한다.
너무 이상적인 것 같지만 이러한 과정이 바로 ‘교육’이다. 그리고 실제 이와 유사한 실천들을 해 나가는 선생님들이 드물긴 하지만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왜 이러한 교육적 해결방법을 실행하지 못하는가. 우선 대다수 교사들이 이런 훈련을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학교가 너무 바쁘게 돌아가서 교사들이 아이들의 작은 폭력 문제를 붙들고 대화하면서 그 아픔을 공감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학교는 아이들의 성적 문제와 교육청에 보고하는 것이 우선적인 관심이지 작고 일상적인 폭력의 문제를 진득하게 붙들고 교육적 고민을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교육청으로 올라갈수록 더 심하다. 학부모들 역시 이러한 문제에 학부모들을 오라가라 하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불쾌해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손쉬운 훈계와 처벌 위주로 흐르고 문제는 점차 더 커지게 되고, 나중에는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물론 작은 폭력 사건이라도 당사자들을 불러모으고 이와 관련된 충분한 대화와 공감, 용서와 화해, 여러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 관심과 관계를 회복시키는 방법이 모든 학교폭력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처벌이 필요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처벌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마음을 만져주고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교육과 함께 가지 않으면 이는 폭력을 음성화하고 더 큰 폭력의 악순환 고리만 깊게 할 뿐이다.
아이들의 폭력 문제에 교사와 학부모, 친구들과 지역사회가 시간과 마음을 쏟고 공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학교와 교육당국과 사회는 학교와 교사들이 이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해 가도록 훈련하고 시간을 주고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은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을 때 해왔던 인류의 오랜 지혜요, 전통이다. 하지만 마을은 무너졌다. 학교와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중심을 잡고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그 어떤 지식 공부보다 서로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풀어가며 마음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더 중요한 공부와 교육과정으로 여겨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이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면 이에 맞게 회복의 교육을 중심에 두고 우리 학교와 교육 체제를 재편해가야 한다.
'학교폭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폭력실태 (0) | 2012.02.04 |
---|---|
학교폭력예방법, 사방이 허점 (0) | 2012.02.04 |
아들아, 도와줘 … 어찌하면 이 고통 견디겠니 (0) | 2012.01.20 |
‘학교폭력’ 학생부에 기록 남긴다 (0) | 2012.01.16 |
누군가 맞은 아이들, 누군가를 때리는 경우 많다. (0) | 201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