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영의 회복적생활교육 이야기

회복적 생활교육의 원칙, 관계 중심

평화숲 2014. 3. 22. 22:43

2014년 3월호-20

 

 

회복적 생활교육의 원칙, 관계 중심

 

 

에피소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2시간의 평화수업을 진행했을 때 이야기다. 첫 시간 수업은 게임과 활동으로 아이들 사이에 긴장감이 풀리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두 남학생간에 싸움이 발생했다. 두 번째 시간이 시작되었을 때, 싸운 두 학생은 자기 자리에 앉았지만, 서로를 노려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욕을 주고 받고 있었다. 나는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두 학생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교사 : 너희들, 화가 많이 났구나. 그래서 할 말도 많은 것 같아. 맞아?

학생 A : 쟤가 때려놓고도 미안하다고 말하지도 안잖아요!

학생 B : 내가 언제 때렸다고 그래! 실수로 건드린 건데! 넌 지난 번에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냐!

나는 평화수업 2시간을 위해 오랜 시간동안 준비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빨리 수업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두 아이들에게 부탁을 했다.

교사 : 그런 일이 있었구나. 선생님은 너희들 얘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있어. 그런데, 선생님이 오늘 수업을 위해 많이 준비했거든. 함께 하고 싶은 활동들도 많고, 주어진 시간은 40분밖에 없어서 아쉽기도 해.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너희들의 일은 수업을 마치고 같이 얘기해보자. 그리고 이번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이 준비한 수업을 같이 참여해줄래? 다른 친구들을 위해서도 말이야. 어때?

학생 A, B : (서로 흘기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알았어요.

교사 : 고마워. 자 그럼 수업을 시작해보자.

그래서 다시 수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교실풍경은 이랬다. 두 학생들은 여전히 씩씩거리는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마치 가만두지 않겠다는 얼굴표정과 비난하는 입모양을 주고 받았다. 옆에 앉아 있는 친구가 긴장된 모습으로 두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고, 다른 쪽에 앉아 있는 한 남학생이 역동에 가세를 해서 B를 향해 비난하는 얼굴표정과 입모양을 날리기 시작한다. 또 한쪽에서 한 남학생이 A를 향해 한 손으로는 손가락질을, 한 손으로는 자신의 배를 감싸며 키득키득 소리없이 웃는다. 어떤 여학생은 생기가 사라지고 얼굴이 굳더니 고개를 돌린다. 조그만 소리로 한 여학생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흥얼거리는 여학생을 흘깃 쳐다보는 또 다른 학생이 보인다. A와 B 사이에 벌어지는 소리없는 싸움에 학생들의 눈길과 주의가 모아지기 시작한다.

교사 : (목소리를 높이고 칠판을 두드리며) 얘들아, 선생님이 이 활동을 같이 해보고 싶어. 이건 말이야….

교사의 주의 환기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집중은 교사와 수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배움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있다. 혼내기보다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애썼는데, 아이들을 수업 속으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 상황 때, 교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회복적 생활교육의 핵심은 ‘관계성’과 ‘공동체성’을 세워나가는데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관계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본 전제들이 있다.

1) 관계가 공동체 형성의 중심이다.

2) 잘못이란, 단순히 규범을 어긴 것이라기보다는 그로인해 관계가 훼손되는 것이 문제다.

3) 학생들 간의 관계성과 유대는 배움을 위한 안전한 공간을 창조한다.

4) 모든 문제는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한다.

5)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교육토양을 구축한다.

실천1.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하기

 

문제의 상황에서 교사가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자칼의 길

교사 : 너! 창문보지 말고 똑바로 앉아. 그리고 저기 흥얼거리는 학생! 음악시간도 아닌데 노래를 부르면 되겠니?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지! 그리고 너희 A, B는 선생님이 싸우지 말고 수업에 집중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선생님 말을 무시하는 거니? 좋게 말할 때 들어야지. 꼭 선생님이 화를 내야겠어? 인간이 왜 인간이야, 말로 해서 들으니까 인간이지. 때려야 말을 들으면 그게 인간이야, 짐승이지. (여전히 똑바로 앉지 않은 학생이 눈에 들어온다) 야! 너 선생님이 말하는 거 안 들려! 똑바로 앉으라고 했잖아! 정말 안 되겠다. 전체 모두 눈 감아! 너희들이 선생님을 이렇게 나쁜 사람 만드는 거야. 왜 말할 때 안 듣고 이렇게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니! 다 너희들 탓이야…….

교실풍경 : 눈을 감는 학생도 있고 실눈을 뜨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의 얼굴에 짜증스러움이 베어 나온다.

 

둘째, 기린의 길

교사 : 얘들아,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니? 신경 쓰이는 게 많아? 재미도 없어졌어? 음... 그런데, 선생님은 정말 안타까워. 샘이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정말 신이 났었거든. 너희들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아. 수업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는데, 준비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너무 아쉬워. 선생님이 무슨 활동을 하려고 하는지 얘기 들어 볼래?

교실풍경 : 몇 몇 학생들이 교사에게 주의를 돌린다. A,B 학생들도 마지 못해 고개를 돌리는 듯하다. 여전히 키득거리는 학생, 인상을 쓰고 있는 학생, 흥얼흥얼 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는 학생 등등이 보인다.

교사 : (수업을 다시 시도한다.) 있잖아 선생님이 준비한 것은 ….

교실풍경 : 주의를 교사에게 돌리기 시작하는 학생도 있고, 다시 주의가 산만해지는 학생도 있다. A,B의 씰룩거리는 얼굴 표정은 여전히 있다. A옆에 앉아 있는 학생이 B를 향해 주먹 날리는 시늉을 한다. 자극을 받은 B가 강하게 반응한다.

교사 : 얘들아, 선생님은 수업을 더 못하겠다. 너희들이 두 친구의 다툼에 계속 신경을 쓰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기운이 빠져. 우리 이 문제에 대해 다 같이 얘기해보는 시간을 갖는 거 어때? 우선 A와 B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래? ……

 

자칼의 길은 관계성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비난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저항하고 회피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교사는 자칼의 방식으로는 학생들로부터 협력의 마음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다. 반면, 기린의 길은 저항보다는 상대방에게 열린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어서 상대방의 소리가 가슴에 들려진다. 잡아당기는 힘이 약하게 또는 강하게 작용하게 한다.

 

실천2.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교육토양 구축하기

 

관계성을 강화하는 문제해결장치를 만들어서 공동체의 약속으로 세우면, 평화적 교육토양을 가꿀수 있게 된다. 그리고 평화적인 교육 토양은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된다.

관계를 강화하는 시스템으로 학급에서 서클 타임을 갖는 것을 제안한다. 아래의 사례는 실재로 문제를 서클로 다루었던 이야기다.

교사 : A, B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사람은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한 사람은 폭력이라고 생각해서 생긴 일이구나. 그런데, 이런 경우들이 두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 학급에서 자주 일어난다는 거지? 이것에 대해 학급 친구 모두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를 원해. 괜찮겠니? … 그럼, 선생님부터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이런 일들을 볼 때 어떻게 느끼는지 얘기해보자. 선생님은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게 되어서 속상하고 기운 빠져. 학생들은 듣지 않는데, 내가 혼자 떠들고 있는 것 같아서 좌절스럽기도 해.

학생들 : 교실에서 싸워서 짜증나 / 좀 무서워 / 화가 나 / 난 재미있어. 크크 / 긴장돼.

교사 : 모두 말해주어서 고마워. 그럼, 이번엔 앞으로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어? 선생님은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그래서 욕하기 보다는 내 느낌을 말했으면 좋겠어.

학생 : 교실 밖에 나가서 싸웠으면 좋겠어. /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 자기가 잘못했으면 ‘미안해’라고 바로 말했으면 좋겠어. / 주먹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재미있는 반이 되었으면 좋겠어 ….

30명의 이야기를 다 듣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은 차츰 긴장이 풀리고 평안해보였다. 씩씩 거렸던 두 학생도 언제 그냈냐 싶게 얼굴에 평온이 찾아왔다.

평화적 교육토양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들은 정기적인 학급회의 운영, 회복적 대화모임, 공유된 목적과 약속을 만들기 등등이 있다.

 

교육 전체에 스며있는 ‘단절의 고통’

 

오늘, 우리 교육이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근본적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단절’이다. 오늘날의 우리 교육 고통은 교육전체에 스며있는 ‘단절의 고통’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관계성 강화를 통해 결과적으로 공동체 내부의 결속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위해 관계성 강화는 문제 접근방식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