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생들 간의 갈등 상황에서 내가 선택했던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라는 공동체는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기에 갈등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배운다.
특별히 갈등 해결 과정은 아이들에게 ‘정의’를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질서를 깨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에 적절한 벌을 주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정의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약속이나 규칙을 어긴 학생에게 벌점을 주거나 벌을 주었고, 규칙을 지킨 학생들에게는 상점을 주거나 칭찬을 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주의적 처방은 매우 단순한 처방으로, 근본적으로 학생들에게 잘못을 깨닫게 하거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교사 앞에서는 규칙을 지키는 척한다. 벌 받거나 잔소리 듣는 것이 귀찮아서 이다. 그리고 교사 앞에서 당장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나 요령들을 익히기 시작했다. 더욱 불행한 것은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의 마음에는 잘못에 대한 죄책감이나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변명이나 합리화에 매우 능숙해져만 갔다.
또한 아이들 사이에서는 교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아주 많은 일상적 폭력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날로 그 폭력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힘의 논리’를 배우게 되고 결국 ‘정의’보다는 ‘힘’을 더욱 신뢰하고 의존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갖고 싶어 한다. 그리고 ‘센 척’(힘이 있는 척)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폭력적인 행동이나 욕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폭력적인 행동이나 욕설은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욕구의 표현이다.
나는 아이들이 자신의 안전의 요구가 충족이 되면 폭력적인 행동 패턴이나 욕설을 선택하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의 욕구를 위해 선택한 폭력이나 욕설은 더 큰 폭력을 불러와 결국 아이들의 환경을 더욱 불안전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환경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나는 ‘비폭력대화’를 가르치기로 했다. 폭력적인 대화로 불필요한 폭력들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폭력적 상황들을 가라앉히면서도 자신의 분노를 건강하게 표출하여 서로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비폭력대화라고 생각했다.
학생 간에 다툼이 일어났을 때, 나는 두 당사자 학생들을 대면시키고 각자의 감정과 욕구를 말하도록 하였다. 얼마나 두렵고 떨렸는지, 얼마나 화가 났는지에 대해 각자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했다. 서로 진실 된 감정과 욕구를 찾는 과정이 잘 되면, 서로의 화해와 상처의 회복도 가능해짐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시 한 교실에서 편안하게 수업을 받는 모습을 보고 매우 뿌듯하였다.
이 책을 통해 이러한 나의 지도 방법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나의 이제까지 대부분의 대처는 응보적 정의의 관점이 많았다. 잘못한 학생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고, 잘못을 했는데도 벌을 주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부당하다고 느끼고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제대로 벌을 받지 않는다면, 많은 잘못들을 예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적절한 벌에는 무엇이 있을까도 다른 교사들과 고민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 간에 갈등은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학생문제에 대한 응보적 정의의 접근은 학생들 간의 원한만 키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갈등이 발생하고 해결된 후에도 피해자와 가해자는 같은 공간에서 계속 함께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응보적 관점의 해결은 학생들 간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그래서 대부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상처를 입힌다. 이런 이유로 피해학생들은 학교에 피해 신고 하기를 꺼려한다. 괜히 학교에 알려서 가해자에게 미움을 사게 되면, 앞으로도 가해자에게 은근히 괴롭힘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로 인해 많은 아이들은 힘이 있는 아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그래서 힘 있는 아이들 중심으로 학생들이 모이고, 그 속에서 서로의 안전을 보장한다.
결국 교실은 힘이 있는 아이들에 의해 좌우되고, 교실(학교)에서 학생들은 정의를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인권조례 발표 후, 아이들은 교사를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사를 농락하고, 교사를 수업에서 소외시키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 여교사에 대해 성적 희롱을 하는 사건이나, 교사에게 침을 뱉거나 음식물을 던지고, 수업 중에 의도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이제까지 있어 왔던 학생문제에 대한 학교의 응보적 대응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의 잘못에 대한 징계가 응보적이며, 그로인해 관계가 깨지고, 이어서 불신이 자라고, 또 불신은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깨닫게하기보다 회피하거나 합리화하려는 무책임성을 낳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응보적 대응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학습되어서 학생들도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응보적으로 대한다. 이러한 응보적 대응은 폭력의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 책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거에 응보적 대응이 사회를 유지시키는데 공헌했을지라도 이제는 새로운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고, 그 해법은 성경적 근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회복적 정의’의 개념은 매우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다. 그리고 매우 현실적이다. 그러나 현장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아직 내겐 의문이다. (물론 책에서는 몇 가지 기술을 말해주고는 있지만.) 사실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복적 정의’라는 개념은 내게 매우 도전적이고 가슴 뛰게 하였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배움이 일어나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기 위해 ‘회복적 정의’의 개념은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게 갈등 해결의 궁극적 목적은 회복이 되어야 함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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