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9
4월, 갈등을 평화적으로 전환하기위해 회복적 대화모임 시도하기
에피소드
- 갈등 발생
세 명의 아이들(초4)이 교무실로 쪼로록 불려 온다. 담임선생님은 매우 화가 나있으시다.
찬석, 재학(반장), 민규(부반장)
담임샘 : 너희들! 여기 서 있어. 찬석이 너! 음악시간에 상현이를 발로 찼다며. 음악선생님한테 방금 들었어. 어떻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니?
아이들 : 몸을 흔들거린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씩 웃는다.
담임샘 : 똑바로 서! 흔들거리지 말고. 한시도 가만히 있는 적이 없어. 그리고, 음악선생님께서 우리 반이 너무 시끄럽다고 말씀하셔. 반장, 부반장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게 아니고 너희들이 더 떠들어. 어휴~ 정말~
아이들 : 말없이 서로 얼굴만 쳐다 본다.
담임샘 : 한 숨을 쉰다.
그때 마침 옆에 있던 회복적 대화모임을 할 줄 아는 P선생님이 중간에 개입한다.
P샘 : 담임선생님이 많이 실망스러우신가보다. 그치?
재학, 민규 : 서로 멍한 얼굴로 쳐다본다.
P샘 : 선생님, 제가 얘들과 잠깐 얘기해봐도 될까요?
담임샘 : 네. 그러세요. 어휴 정말 얘네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P샘 : 감사합니다. 샘, 제가 듣기로 찬석이가 상현이를 때렸다고 들었는데, 상현이와 얘기할 수 있을까요?
담임샘 : 네. 반장, 부반장! 교실에서 상현이 데리고 와.
반장, 부반장 : 네~! (바로 뛰어 나간다.)
상현이가 들어온다. 상현이와 찬석이를 나란히 자리에 앉게 한다.
상호 이해하기
-촛점 : 내 생각 내려놓고 상대의 이야기 듣기, 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상대를 인간화하기
P샘 : 내가 듣기로 찬석이가 발로 상현이를 찼다고 들었는데, 그 일로 인해 지금 어떤지 누가 얘기해줄래?
상현 : 저요. 찬석이가 줄을 서지 않고, 내 앞에 섰어요. 그건 잘못이잖아요....
P샘 : 찬석아 무엇을 들었니? 들은 대로 말해줄래?
찬석 : 줄서지 않고 자기 앞에 선 것이 잘못이래요.
P샘 : 그렇게 말한 게 맞니?
상현 : 네.
P샘 : 더 하고 싶은 얘기 없어?
상현 : 없어요.
P샘 : 찬석이는 그 일로 인해서 어떤지 말해줄래?
찬석 : 줄을 서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발로 먼저 찬 건 상현이에요. 쟤가 차니까 나도 찬 것 뿐이에요.
P샘 : 상현아 무엇을 들었니?
상현 : 줄서지 않은 것은 잘못인데, 발로 먼저 찬 건 저라고 했어요.
P샘 : 그게 맞니?
찬석 : 네
P샘 : 더 할 말있니?
찬석 : 아뇨.
P샘 : 상현이는 어떤 말을 하고 싶니?
상현 : 저는 그저 줄을 제대로 서라고 살짝 건드렸어요. 그런데, 찬석이는 저를 3번이나 세게 발로 찼어요.
P샘 : 찬석아 무슨 말을 들었니?
찬석 : 그냥 다리를 살짝 건드렸대요. 제가 상현이를 세게 3번 찼대요.
P샘 : 그게 맞니?
상현 : 네.
P샘 : 더 할 말 있니?
상현 : 아뇨
상호 책임
- 촛점 : 서로의 진심을 듣기, 서로의 소중한 것을 듣기
P샘 : 상현이는 왜 찬석이를 발로 건드렸니? 그때, 상현이에게는 무엇이 중요했던 거니?
상현 : 네? (잠시 고민). 음... 질서요. 질서가 중요해요. 질서를 지켜야 하잖아요.
P샘 : 찬석아, 무엇을 들었니?
찬석 : 질서가 중요하대요.
P샘 : 말해줘서 고마워. 그러면, 찬석이는 상현이를 발로 찼을 때, 무엇이 중요했니?
찬석 : 얘가 저를 찼으니까 찼죠.
P샘 : 음. 찬석이는 너 자신을 보호하고 싶었던 거니?
찬석 : 네? 음.... 네. 저를 다시 못 차게 하고 싶었어요.
P샘 : 상현아, 무엇을 들었니?
상현 : 자기를 다시 못 차게 하고 싶었대요.
P샘 : 보호가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들은 대로 다시 말해 줄래?
상현 : 보호가 중요하대요.
P샘 : 그게 맞니?
찬석 : 네.
동의된 행동 계획하기
-촛점 : 소중한 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 세우고 동의하기, 서로의 삶에 기여하기
P샘 : 너희들 얘기를 들어보니, 상현이는 질서가 중요했고 찬석이는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 질서와 안전과 보호는 모두에게 중요한 것 같은데, 이것을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얘기해줄래? 그리고, 상대방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줄래?
찬석 : 제가 줄을 잘 설게요. 새치기 안하고요.
상현 : 저도 말로 할게요. 발로 하지 않을게요.
P샘 : 서로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니?
찬석 : 상현이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상현 : 저도 사과하고 싶어요.
P샘 : 그래? 그럼 서로 마주보고 해볼래?
찬석, 상현 : 네.
찬석 : 미안해.
상현 : 미안해.
서로 악수를 한다.
P샘 : 음. 고맙다. 서로를 위해 사과하는 너희들이 참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구나.
아이들이 서로를 보며 웃는다. 그리고 교실로 다시 돌아간다.
결론
위의 이야기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사례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에너지 넘치는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들. 이런 아이들에게 갈등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에게 왜 갈등이 발생했느냐고 꾸지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발생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돕고 안내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갈등을 평화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의외로 아이들은 잘 배운다. 그리고 어른보다 빨리 사과한다. 어릴수록 더 잘한다. 평화적 감수성이 아직은 살아 있기 때문이리라. 갈등을 중재하는 교사에게 유의해야 할 점은, 훈계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들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도록 돕는 것이다. 교사가 훈계를 하려는 순간, 아이들은 형식적으로 사과하고 끝내려고 노력한다.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닫혀버린다.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마음도 함께 닫힌다.
갈등을 평화롭게 중재하기 위해 회복적 질문을 다음 단계에 따라 해보자. 이렇게...
1. 상호 이해 단계
지금 네가 어떤지 누구에게 말하고 싶니? → 무엇을 들었니? → 그게 맞니?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니?
2. 상호 책임 단계
그 행동을 했을 때, 너에겐 무엇이 중요했니? → 무엇을 들었니? → 그게 맞니?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니?
3. 동의된 행동 계획 단계
모두의 소중한 것을 위해 각자 무엇을 할 수 있니? →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니? → 상대의 제안에 동의하니? →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의견이 있니?
질문만 바꿔도 갈등의 상황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성장의 계기로 전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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