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호-10
5월, 자신인식과 자기표현을 통한 안전한 공간 만들기
아침 등교 풍경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참 다양하다. 은송이는 아침마다 얼굴이 울상이다. 책가방과 무거워 보이는 첼로, 신발주머니와 준비물 가방…. 휘청거리며 교실에 들어오다 한 숨과 함께 책상에 털썩 주저앉는다. 서우는 무표정의 얼굴로 들어와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조용히 책과 공책을 꺼내서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석호와 근영이는 신나게 떠들고 장난을 치며 들어온다. 지윤이는 자주 혼자 교실로 들어오는데,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자기 자리에 앉는다. 성범이는 가끔 씩씩거리면서 들어온다. 등교 길에 누군가와 티걱 태걱했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 올라 있다. 한나와 소연이는 복도에서 떠들며 오다가 책상 위에 가방만 올려놓고 다시 나간다. 그리고 화장실에 모여 못다 한 수다를 떤다. 경원이와 병주는 다른 반에서 놀다가 아침 자습 시간 종이 칠 쯤에 교실에 들어온다 ….
아이들은 모두 다양한 사연과 정서를 가지고 학교에 온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에 대해 누구도 관심갖아 주지 않으며, 자신도 자신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 내면의 꽉 차 있는 긴장감이나 만족감에 대해 표현할 기회없이 내면에 그대로 뭍어 둔 채 바쁜 학교의 일과가 시작된다.
담임교사의 잔소리
자습 종이 치면, 이제 나의 잔소리 시간이다. 책상 줄맞춰라, 바닥에 휴지 주어라, 책가방 똑바로 걸어 놔라, 교복 바르게 입어라, 신청서 내라, 숙제하지 말고 책 꺼내 읽어라(아침마다 15분 독서시간 운영), 옆 사람에게 말 걸지 말고 조용히 해라, 허리 똑바로 펴고 앉아라 …. 마지막으로 “수업 종 나기 전에 미리 교과서 챙겨서 자리에 앉고, 수업시작하면 딴 짓 하지 말고 집중해서 공부해라. 알았지! 이상 조례 끝!”
하지만….
내가 그렇게 주의를 주고 날마다 얘기했건 만, 아이들은 내 말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똑바로 앉으라고 해도 자기 멋대로다. 교사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집중해라~” “정신 차려라!” “도대체 뭐가 문제니?”라는 말에도 멍한 표정….
학생들의 내면의 실재에 직면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아이들의 몸(외면)은 교실에 있는데, 그들의 마음(내면)은 아직 교실에 와있지 않다. 그들의 마음은 집에서 일어난 일이나 운동장 ‧ 교실 ‧ 복도 등에서 일어난 친구들과의 일, 또는 전 날 본 방송 프로그램 등으로 안전하게 정착되어 있지 못한 채 몸만 앉아 있다. 그 모든 것을 마음에 담고 교실에 앉아 있는 그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산만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는 아이들의 내면의 실재를 간과한 채 수업을 진행하거나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 그리고, 교사의 기대에 못 미치면 학생을 훈계하고 비난한다. 그럴수록 수업은 산만해지고 관계가 손상되며 갈등은 증폭된다. 그렇다고 교사가 허용적 ‧ 방관적 태도를 취하면 교사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것에 아무런 지도력을 갖지 못하고 학생들의 분위기에 휘둘리게 된다.
어떻게 아이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배움의 공간으로 초대할 것인가?
이것만은 기억하자. “모든 형태의 배움이 관계의 맥락에서 일어나고 배움은 한 학생이 안전을 느끼지 않는다면 발생하지 않는다”
평화롭고 안전한 관계를 맺을 때 배움은 시작된다. 관계의 강화는 학생들을 배우게 할 뿐만 아니라 배움을 즐기게 한다. 그러므로 학습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 간의 평화롭고 안전한 관계를 세우기 위한 시간을 갖아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Tip을 제공하고자 한다. 아래의 활동은 자기인식과 자기 표현을 중심으로 한 활동으로, 아침 조 ‧ 종례 시간을 활용하거나 수업 시작 전 ‧ 후의 10분 정도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1. 느낌 알아차리고 표현하기 (아침 자습 시간에 하면 좋은 활동)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한다. 즉, 현재 나의 마음이 어떤지, 내 몸의 상태는 어떤지 자각을 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인식과 자각을 통해 나 자신의 필요도 알 수 있고 자신을 적절히 돌볼 수 있다. 이를 위한 활동으로 ‘느낌 알아차리고 표현하기’를 해볼 수 있다.
① 1분정도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침묵하는 동안 내 몸과 마음(느낌)이 어떤지 살펴본다.
② 느낌 목록표 또는 느낌 이미지를 활용하여 적합한 것을 선택한다.
③ 돌아가면서 현재의 자신의 몸 상태나 느낌을 표현한다.
“지금 내 느낌은 .”
④ 다른 사람의 느낌표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한다.
2. 자신에게 중요하거나 필요한 것을 자각하고 표현하기
현재의 느낌이나 몸 상태가 인지가 되면, 그 느낌의 원인에 대해 자각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느낌이 피곤하다라면 중요하거나 필요한 것은 휴식이나 건강일 것이다. 1번처럼 느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중요하거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활동은 매우 유익하다. 이 활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배려하는 기회가 된다.
① 1분 이상의 침묵시간을 갖는다. “지금 내게 중요하거나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또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왜 여기에 와있는가?”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② 욕구 목록표를 활용하여 적합한 것을 선택한다.
③ 돌아가면서 현재의 자신에게 중요한 것에 표현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입니다.” 또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입니다.”
④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존중하면서 마음으로 경청한다.
3. 열린 질문을 통해 서로의 다양한 관점 이해하기
답이 정해지지 않은 열린 질문은 학생들로 하여금 동료들의 다양한 관점을 듣고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서로 다른 관점은 각자의 생각을 풍요롭게 하며 좀 더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① 열린 질문을 한다.
질문의 예)
-“이 번주에 내 뉴스는 ”
-“내가 발견한 것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
-“그 기사(사회이슈)를 읽고 내가 느낀 것은 ”
-“지난 주말에 나는 ”
-“이번 시간에 배운 한 가지는 ”
-“내가 이 수업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
② 빈 문장을 완성하고 돌아가면서 발표한다.
③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경청한다.
4. 활동 시의 유의점
①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해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 사람의 경험을 존중하며 듣는다.
② 학급에서의 개인적 이야기와 나눔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위해 비밀을 보장한다.
③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중간에 끼어 들지 않는다.
→ 토킹 스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④ 실수와 잘못에 대해 배울 점 찾는다.
⑤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가 전체에게 들려지도록 한다.
⑥ 하지만,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통과’할 수도 있다. 모든 구성원이 말하기를 마친 뒤에 통과한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다시 준다.
위의 활동들의 핵심가치는 ‘자기 인식 / 자기 표현 / 참여 / 평등 / 정서적 연결 / 구성원 간의 이해 / 공동의 지혜 / 공감’ 이다.
이러한 활동은 결과적으로, 동등한 목소리를 내게 함으로써 학급 안의 긴장감이 해소되고, 구성원 간의 힘의 균형이 생기며, 올바른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한다. 또 몸과 마음이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박숙영의 회복적생활교육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배움과 성장에 대한 자기책임과 공동체의 협력 이끌어 내기 (0) | 2014.03.22 |
---|---|
평화의 물방울이 물결로 흐르기 시작하다. (0) | 2014.03.22 |
4월, 갈등을 평화적으로 전환하기위해 회복적 대화모임 시도하기 (0) | 2014.03.22 |
3월, 학급공동체의 공유된 목적 세우기 (0) | 2014.03.22 |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불편한 오해 (0) | 2014.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