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영의 회복적생활교육 이야기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과 원칙

평화숲 2014. 3. 22. 22:40

2013년 11월호-16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과 원칙

 

 

 

 

회복적 생활교육은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패러다임이다.

 

그동안 좋은교사운동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말할 때, 비폭력대화와 회복적 서클, 그리고, HIPP와 서클 프로세스 등등의 프로그램이나 방법에 대한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회복적 생활교육은 학교폭력에 대한 대안적 방법이나 기술이라기보다는, 교육에 대한 철학이고 패러다임이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철학과 실천(방법)을 일치시켜주는 놀라운 것이어서, 훈련하고 조금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프로그램의 기저에 깔려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회복적 실천을 하고자 하는 교사라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은 딱딱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11월과 12월호에서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개념과 철학, 원칙, 교사역할론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첫째, 회복적 정의의 교육적 접근이다.

회복적 정의는 응보적 사법의 대안으로써 제기되기 시작했지만, 회복적 정의는 삶의 패러다임으로 회복적 실천과 회복적 교육으로 발전되었다.

둘째, 존중과 자발적 책임, 공동체의 참여와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의 생활지도가 규제와 통제중심, 처벌중심이라면, 회복적 생활교육은 존중과 책임,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셋째, 관계성 향상을 통해 평화로운 공동체를 회복하고 세워가는 과정으로써의 생활교육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잘못이란, 규칙을 어긴 것이라기보다 규칙을 어기는 행위로 인해 관계성을 훼손한 것이다. 손상된 관계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성을 세워나간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과정과 목표

 

대화하기

이야기하기

문제에 직면하기

회복하기

책임지기

공동체로

재통합

회복적 생활교육은 공동체의 재통합이 목표이다. 그러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의 직면과 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철학

 

첫째, 존재의 존엄성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존엄성과 가치를 지닌다. 모든 존재란, 인간을 포함한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존재를 의미한다.

둘째, 관계적 존재(상호의존적)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 모두는 도움이 필요하다. 상대를 돕는 것은 나를 돕는 것이다.

셋째, 내면의 지혜를 가진 존재

인간은 이기적이며 다른 사람을 해칠 수도 있고, 동시에 인간은 관용과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우리 안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선순환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의 원칙

 

첫째, 관계중심

잘못은 규칙을 어긴 것이라기보다는, 규칙을 어김으로써 관계성이 훼손된 것이 잘못이다. 관계성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잘못된 행동과 피해를 해결한다.

 

둘째, 공동체의 참여

문제해결과정에 공동체가 참여한다. 발생한 일은 당사자뿐 아니라 공동체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며, 해결을 위한 책임도 공동체 모두에게 있다. 잘못된 행동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온전히 회복되며, 모두에게 귀중한 배움이 된다.

 

셋째, 힘을 부여하기 (Empowerment)

강압, 벌, 보상 등의 외부 통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 공감능력, 공동체의 합의 능력, 합의를 존중하는 능력 등의 내면의 힘을 길러 스스로의 삶을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행동의 작동원리가 두려움이나 수치심, 죄책감이 아니라, 상호존중과 공동체 복지에 기여하고자 하는 동기에 의해서 행동을 선택하도록 교육하는 데 목적이 있다.

 

넷째, 상호존중

모든 인간은 존재자체로 존엄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들은 자신의 자율성과 다른 사람과의 상호의존성을 동등하게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욕구를 희생시키지 않는 Win-Win의 문제해결 방식을 탐구한다.

 

다섯째, 지배체제가 아닌 파트너십 체제 (power over/under → power with)

생기 있는 공동체, 생동감 있는 공동체는 힘이 한 곳에 집중되거나 소수의 압력이 발휘되지 않으며,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힘이 균등한 공동체이다. 진정한 공동체는 개인의 필요가 반영된 공동체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넘어선, 공유된 리더십 ‧ 파트너십을 가진다. 교사와 학생은 지배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를 통해 공동체를 세워나간다.

미국 교육학자 알피 콘은 거짓 공동체(집단주의)와 공동체를 구별하였다. 집단주의에서는 개인은 집단에 봉사하기위해 자신의 자율성과 선택을 양보하지만, 공동체에서 개인은 소멸하지 않는다. 집단주의에서는 집단의 일치를 강조하지만, 공동체에서는 늘 격논, 논쟁, 야단법석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여섯째,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

다수결이 아니다. 모든 참여자들의 욕구와 이해를 깊이 인식하고, 모든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합의과정은 강요나 주장보다는 탐구의 자세를 요구한다. 탐구의 자세란,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에게 무엇이 소중한지를 확인하고, 모두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창의적 방법을 찾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은 일반적으로 다른 절차보다 의사결정에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행 단계에서는 시간이 덜 걸린다.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은 더욱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동의를 만들어 낸다.

 

일곱째, 갈등이나 문제를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기.

갈등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이 아닌, 인간 상호작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이나 문제 행동을 교육적 소재로 삼고, 과정에서의 배움에 초점을 둔다.

“가재가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낡은 각피를 벗어나야만 한다. 이것이 파괴의 고통을 동반하는 ‘긍정적 해체’이다.”라고 한 조안나 메이시의 말처럼 갈등은 성장과 배움을 위한 긍정적 기회이다.

 

여기까지 회복적 생활교육의 개념과 철학, 원칙에 대해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은 생활지도를 떼어 버리고, 왜 ‘생활교육’이라는 말을 사용하는가?에 대해 나누겠다.

 

왜 생활지도가 아닌, 생활교육인가?

 

회복적 생활교육은 ‘생활지도’를 벗어나고자 ‘생활교육’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왜 생활지도가 아닌, 생활교육인가? 우리의 생활지도가 학생들의 잘못에 대한 차단과 예방이 주목적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생활교육은 생활지도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학생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적 접근을 의미한다. 또한 생활교육은 그동안, 교사의 주 업무를 교과지도와 행정업무로 보고, 생활지도는 부수적인 영역으로 취급되어왔던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기도 하다. 우리는 생활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환경을 배움과 성장, 공동체형성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