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데이비 봄의 "대화의 목적"

평화숲 2015. 5. 4. 02:31

 대화의 목적은 사물을 분석하는 것도 아니고 논쟁에서 이기는 것도,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견들을 유보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모든 참가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유보한 다음 무슨 의미인가를 보는 것이다. 일단 모든 의견이 의미하는 바를 알면, 거기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공통된 내용을 서로 공유하게 된다. 알고 보면 모든 의견이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정에 불과한 것으로. 그렇더라도 이해하고 의미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 모든 의견을 이해한 다음에는 다른 방향으로 보다 창의적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우리는 단지 의미에 대한 이해만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진실이 예고없이 나타난다.

 특정한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의견이며 가정을 유보하고 있다면, 모두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 보고 있다. 우리의 의식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의식이 출현할 수가 있는데, 바로 참여하는 의식이다. 의식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참여에 거리낌이 없는 그런 의식이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온갖 것들이 오간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하며, 집단 내의 전체 의미를 나누어 가지고, 거기에 참여한다. 이런 상태를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창조적 대화 112~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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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목적은 의견을 유보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의미를 공유하게 된다. 의미하는 바가 공유되고 나면 예고없이 진실이 나타난다.

학급의 아이들에게 간혹 결정을 내리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결과를 내리지 않고 이야기는 끝이난다. 좀 허전한 느낌도 들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공유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각기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말 아이들은 결론이 없는 이야기를 마치면 서로 마음을 열고 의미를 공유하게 될까?

단기 방학을 마치면, 아이들과 현장체험학습 장소선정과 관련해서 대화시간을 갖으려고 한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과연 충분히 말하는 시간을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을 유보하고 경청하는 것인데, 잘 될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 학급 시간을 어떻게 내야 하나 걱정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