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 저널 2014년 11월호
대화하기
각자의 이야기는 진실의 힘이 들어 있다.
이 이야기속의 경험과 지혜가 방향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공동의 지혜를 출현시킨다. 그리고 또한 이를 나눔으로 관계의 그물망은 형성된다.
-박성용 비폭력평화운동가, 종교학박사, 저서 ‘평화의 바람이 분다.’ 출판사 대장간
선생님이랑 대화하자.
“엄마랑 얘기 좀 하자.”, “선생님이랑 대화 좀 할래?”라고 하면, 대부분 아이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일까?
어른들은 대부분 대화하자고 하고는 일방적으로 설명하거나 조언하거나 충고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대화인데, 어른과의 대화 속에서는 주로 어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아이들은 그저 듣고 수용해야 한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어른이 하는 말을 따라야 하니, 아이들에게는 어른과의 대화시간이 답답하고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끝나고 남아!”이다. “끝나고 남아!”와 “선생님이랑 대화 좀 하자”라는 말이 아이들에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잘못에 대해 지적받고 충고 받는 시간이다. 선생님의 대화 초대가 반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어떻게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 대화의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간혹 아이들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또는 사실이 아닌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아이를 탓하기보다 먼저 내가 아이에게 안전감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대화의 자리에 누군가를 초대하려면 초청자는 우선 대화를 위한 안전한 공간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시 하나를 소개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우리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동시에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고립과 외로움으로부터 치유된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나,
자신을 아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열린 마음과 가슴으로 듣는
신뢰할 만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는 것을 스스로 들으면서 비로소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Sam Keen & Anne Valley-Fox
이 시처럼, 대화 또는 이야기에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외로움으로부터 치유하는 힘이 있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다. 그런데, 여기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첫 번째 전제는 바로 ‘열린 마음과 가슴으로 듣는 신뢰할 만한 누군가…’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나의 경험에 대해 판단하거나 조언하지 않고 온전히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전제는,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이다. 동등하게 서로에게 말할 기회를 갖는 것은 서로의 신뢰뿐 아나라, 지속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한 사람만 자기얘기를 하고 다른 사람은 주로 듣기만 하면 언젠가는 지쳐서 들어 줄 힘을 잃어버린다.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약속들
‘열린 마음과 가슴으로 듣는 신뢰할 만한 누군가’와 ‘서로에게 이야기하기’를 위한 약속들이 있다. 아래의 규칙은 두 사람과의 대화에서 뿐 아니라, 공동체 대화 때도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학급회의나 직원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아래의 규칙들의 의미를 확인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대화시간이나 회의가 훨씬 역동적이고 의미있게 진행될 것이다.
첫째, 솔직하게 말하기
만약 마음에 없는 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얘기를 한다면, 마음이 공허해지고 몸은 피곤해진다. 우리의 영혼은 내 마음 속의 깊이 있는 진실을 말할 때 자유롭고 만족스럽다. 대화의 치유 힘은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로부터 시작된다. 진정성이 중요하다.
둘째, 깊이 있게 듣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의 최대 장애물은 상대방의 평가나 판단이다. 나의 솔직한 표현으로 인해 내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나 판단, 비난 받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면 진실하게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깊이 듣는 경청의 태도’가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이해의 틀’을 가지고 있다. 그 ‘이해의 틀’은 개인의 경험과 교육, 미디어의 영향을 받으며, 개인별로 다 다르다. ‘깊이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습관적으로 작동하는 ‘이해의 틀’을 내려놓고 상대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온전히 집중해서 듣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상대의 말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보류하고, 상대의 정서와 욕구에 초점을 맞추어 듣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말하기를 선택하기 (통과 허용)
말하기는 강요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말하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기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인 동시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침묵도 허락되어야 한다. ‘침묵’도 일종의 자기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 공동체가 대화할 때는 ‘통과 허용’의 규칙이 중요하고, ‘통과 허용’이라는 규칙은 의외로 공동체의 대화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넷째, 사적인 것을 보호하기 (비밀유지)
안전한 공간을 위해 ‘사적인 것을 보호하기’는 빼놓을 수 없는 규칙이다. 대화 속에서 나온 진솔한 이야기가 대화 이후에 다른 사람들에 의해 회자된다면 상처를 깊이 받는다. 같은 공간에서 나눈 이야기는 그 공간에만 머물러야 한다. 예외가 있다면, 이야기 당사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이다. 그 외에는 아무리 도움을 주고자 하는 좋은 마음이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야기 당사자나 타인에게 꺼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자기 돌봄과 공동체 돌봄을 위해 요청하기
공동체의 대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자기 돌봄과 공동체 돌봄을 위해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위해서는 듣는 사람의 마음이 준비가 되어야 한다. 분주한 마음이거나 급한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면 상대방에게 온전히 주위를 집중하지 못한다. 몸이 피곤하거나 아파도 마찬가지다. 자기돌봄은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돌봄이 필요하다면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요청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가 당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위해서 잠시 5분 동안 휴식시간을 갖기를 원합니다.” 또한 공동체 돌봄을 위한 요청도 중요하다. 우리의 시선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잠시 모두를 위해 요청이 있습니다. 공기가 차갑고 추워서 창문을 닫았으면 합니다.”
활동으로 풀어보는 ‘대화’
1. 마음의 풍경 주고 받기
모임을 시작할 때 하면 좋은 활동이다. 동그랗게 앉아서 지금 마음의 풍경이 어떤지 성찰하고 토킹 피스를 활용하여 돌아가며 이야기를 한다. 이때, 미리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약속을 함께 나눈 다음에 실시한다.
2. 인터뷰 활동
3~4명이 한 팀이 되어서 한 사람에게 4~5분씩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를 위한 질문지를 미리 준비하고 팀별로 나누어주어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인터뷰 대상자에게 질문한다. 이때 팀원들은 질문한 뒤에는 온전히 듣기만 한다.
이제 우리는 둥그렇게 앉아서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 허전함과 공허함이 밀려올 때가 많다. 무엇 때문에 바빴는지 모르겠고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옆 사람과 얼굴 한번, 대화 한번 주고받지 못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희미해지면서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은 관계적 동물이며 상호의존적 존재이다. 인간은 독립된 존재라기 보다는 자연과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연결의 끈이 희미해지고 끊어지면 인간은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살아갈 힘을 잃는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 연결망을 건강하게 이루어 가기 위해 이제 우리는 둥그렇게 앉아서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그때,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고립과 외로움으로부터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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