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영의 회복적생활교육 이야기

‘회개’와 ‘용서’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열림의 산물이다.

평화숲 2015. 10. 24. 17:56

박숙영의 회복적 생활교육 이야기 33

 

회개용서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열림의 산물이다.

 

 

자아회복을 위한 회개용서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회복자아’, ‘관계’, ‘피해’, ‘공동체’, ‘정의의 회복을 의미한다. 피해를 경험하게 되면 자아가 훼손된다. 삶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사라져서 어느 것도 믿지 못하게 되어 불안해진다.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가해자에게 빼앗겼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스스로를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보게 된다. 불안과 분노, 수치심, 피해의식으로 인해 이전의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진다. 어떻게 훼손되어 왜곡된 자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물론, 회복이 된다는 것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피해의 영향으로 원래의 상태는 될 수가 없다. 여튼 피해자가 두려움과 수치심, 무가치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건강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된다. 회복적 정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하워드 제어는 피해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진실규명, 아픔에 대한 공감, 피해에 대한 물질적 보상, 재발방지에 대한 확신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고, 가해자에게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자발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율성과 주도권회복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회복적 생활교육에서는 당사자들을 안전한 대화의 공간으로 초대하여 갈등을 직면하고 아픔을 공감하면서 스스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과와 화해가 선물처럼 찾아온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피해로 영향을 받은 당사자들은 자아를 회복하기 위해 상처의 치유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바로 회개용서이다.

 

용서하지 못함은 타인의 지배력에 의해 주도되는 삶.

걔만 보면 예전 일이 떠올라서 짜증나고 화나요. 걔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너무 싫어요. 걔가 전학가든지 내가 전학가든지.”

갈등에 직면하고 있는 학생들과의 대화 속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대화패턴이다. 상대방의 존재만으로도 분노와 상처에 자신이 매몰되어 버리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자신의 삶이 상대방과 상처에 종속되어 버려서 스스로의 삶을 더 나은 방식으로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주도해가지도 못한다. 삶의 주도권이 박탈된 것이다.

용서하지 못했다는 것은 내 삶이 아직 상처와 분노와 상대방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서는 상대방보다는 자신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하워드 제어는 진정한 용서는 자아회복과 치유를 의미하고, 이제 피해자는 상처와 피해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한다.

 

존재의 무가치함을 극복하기 위한 회개

왜 나한테만 잘못했다고 해요! 나도 피해자에요. 억울해요.” 가해자로 지목되거나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성찰하기보다는 방어하기 시작하고 때로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가해자또는 나쁜 사람이라는 존재의 무가치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변명하거나 공격하지만 그럴수록 수치심과 죄의식, 분노가 자신의 삶을 지배하게 되고, 스스로를 더욱 짖누른다.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고 회개하는 것은 이러한 짖눌림으로부터 진정으로 해방하게 해준다.


애들 교육 똑바로 시켜요!”

승선이(2)은 우현이(1)의 집 근처에 찾아가 동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우현이 어머니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애들 교육 똑바로 시켜요!”라며 화를 내었다. 그 일의 충격으로 우현이 어머니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승선이와 우현이는 학교 절도사건에 연류 된 5명의 학생 중에 속해 있는데, 절도 사건으로 우현이 어머니는 우현에게 승선이와 같이 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승선이는 평소 우현이가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욕설도 하여 우현이가 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이 놀지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매우 화가 나고 억울했던 것이다.

절도 문제로 5명은 회복적 서클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우현이 어머니는 자신에게 욕설을 한 승선이와 마주 앉아 있는 것을 너무나도 힘들어 했다. 승선이 역시 힘든 자리였다. 부모님들이 중간에 자리를 옮기고 학생들끼리 회복적 서클을 이어가며 피해 회복을 위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것들을 약속하고 있었는데, 승선이가 우현이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그 순간 우현이가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승선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우현이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상태라서 아쉬웠지만 승선이가 그 말을 하기까지 자신과의 싸움이 많았던 듯했다.

한 달 후에 사후 서클로 다시 5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본 서클 때 했던 8가지 약속들이 잘 지켜졌는지 돌아보았다. 그때 승선이는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우현이 어머니를 찾아가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래서 마음이 후련하고 홀가분해졌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옆에 있던 당사자 우현이도, 함께 있던 친구들도 박수를 쳤다. 짧은 순간이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진정한 사과가 비로소 승선이를 짖누르는 죄의식과 존재의 무가치함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다.

 

회개와 용서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열림의 산물이다.

회개와 용서는 피해를 회복하고 자아를 치유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어떻게 회개와 용서를 이끌 수 있을까?

회개나 용서는 강요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용서하는 것이다. 용서할 때, 우리는 타인을 그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과 완고하게 동일시하는 것을 그만둔다.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고, 그들이 진정 누구인지를 내면 깊이 충분히 볼 수 있도록 가슴과 마음을 넓게 연다. 우리는 그들의 선함을 본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우리의 가슴이 사랑에 열린다.”  -타라브랙, 받아들임 

    

회개와 용서는 의무감이나 당위적인 노력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사랑과 연민에서 나오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열림의 산물이다. 회개와 용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습에서 나온다. 회개와 용서는 당사자의 깊은 성찰에서 나온 영혼의 고백이다. 그래서 회개와 용서는 치유의 힘이 있다. 

 잘못한 행동을 한 학생을 마주 대할 때, 억지로 반성과 용서를 받아내려고 하지 마라. 회개와 용서는 우리 안의 하나님 형상을 깨닫고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과 상대방을 습관적으로 규정하는 잣대를 벗어던지고 더 넓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때, 성격과 행동, 스토리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열린 마음이 연결되었을 때, 우리 안의 회개와 용서가 흘러나온다.

우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자신 안에 있는 사랑을 깨닫고 표현할 때 우리의 사랑은 주변의 세상을 변화시킨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면, 이번에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연다. 사랑은 본성이다.”-타라브랙

회개와 용서는 진정한 사랑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