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로버트 뉴펀 펙의 어릴 적 자서전적인 소설이라고 한다. 제목만을 보았을 때는 코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리 재미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와 전개로 사실 더욱 호기심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난 뒤, 아주 오랫만에 감동과 눈물을 흐르게 했던 책이다. 제목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은 그의 아버지 헤븐 펙이 세상을 떠나 장례식을 치른 날이다.
셰이커 교회에 다니는 매우 검소하고 독실한 그의 가족은 가난했지만, 가난하다기 보다 부자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밑에서 삶을 배우며 건강하게 자라는 로버트의 성장이야기다. 처음 자신의 소유물을 갖게 되는 '돼지 핑키'의 기쁨도 나중에는 아버지 손에 보내야만 했다. 핑키를 죽인 아버지가 미웠지만, 로버트는 위로하는 아버지의 울퉁불퉁한 손길에서 엄마와 같은 따뜻한 손길을 느끼며 피묻은 아버지의 손에 키스를 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로버트에게 농장의 일과 엄마를 부탁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준비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서글퍼하거나 억울해하지 않고 차분히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진한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아침, 로버트는 아버지를 깨우지 않는다. "괜찮아요. 오늘 아침에는 푹 주무세요. 일어나지 않으셔도 돼요. 내가 아빠 일까지 다 할게요. 더 이상 일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제 푹 쉬세요." 아버지를 보내는 로버트의 모습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장례식을 위해 엄마가 만들어 주신 까만 양복이 너무 작아, 로버트는 아버지의 양복을 입어본다. 그러나 너무 크다. 헌 셔츠와 무두질한 작업 구두를 신어야 만 했던 로버트는 자신의 셔츠를 갈기 갈기 찢어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소리지른다. "하느님, 왜 이렇게 가난해야 합니까? 사는 게 지옥 같아요." 삶을 경건하고 있는 그대로 감사하게 받아 들였던 이제까지의 모습과 다르게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로버트는 가난에 대한 원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로버트는 잠시뿐 다시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와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조용히 해나간다. 아버지를 사랑하며 그리워하는 로버트의 고백과 함께 소설은 끝을 맺는다. 마지막 몇 장을 계속 눈물을 그치지 못하게 하였다. 가볍게 읽으려던 처음의 기대와 달리 깊은 감동과 눈물로 이 책을 마치게 되었다. 이 책의 후편으로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 있다고 한다. 후편도 읽어 봐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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