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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배가 아픈 에르반. 아빠와 엄마는 학교가기 싫어서 그런다고 하고 엄마는 초코렛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에르반은 목요일마다 수학문제를 풀기위해 학생들이 칠판앞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부모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겁쟁이라고 할까봐. 목요일 아침 학교 버스 안에서도, 교실 책상에 앉아서도 온통 끔찍한 칠판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앞자리 친구의 스웨터에 구멍을 뚫어져라고 바라본다. 선생님의 작은 움직임에서도 에르반은 금방 자신에게 닥칠 순간들을 상상하느라 긴장의 연속이다. 이 때 선생님께서 연수를 떠나셔야 해서 비숑선생님이 대신 오셨다고 소개를 한다.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숙인 머리를 들고 비숑선생님을 바라본다. 비숑선생님은 제발 목요일마다 칠판 앞으로 학생이 나와서 문제를 풀었다는 것을 모르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온다. 비숑선생님은 자신처럼 칠판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손수건을 돌돌 말고 계셨다. 44개의 눈동자가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데, 선생님은 얼마나 자신처럼 배가 아플까? 염려를 한다. 아마도 선생님이 곧 탁자 뒤로 숨으실 것만 같이 느껴진다. 선생님이 만년필을 못 찾아서 책가방을 뒤지고 계시는 동안 아이들은 시끄럽다. 선생님은 숨을 크게 들이 쉬셨다. 에르반은 그정도로는 안된다는 적을 알고 있다. 선생님은 작은 목소리로 "자, 누구 칠판 앞에 나와 보겠어요?" 그때 선생님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 에르반은 손을 번쩍 들고 자신있게 앞으로 나온다. 선생님의 질문이 있기도 전에 에르반은 구구단을 틀리지도 않고 모조리 다 외워버린다. 사실, 선생님은 문법에 대해 질문하려고 했다고 하신다. 그래도 아이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에르반은 기분이 아주 으쓱해졌다. 자기가 혼자만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완전히 달라지는 법이다! 집에 돌아 온 에르반은 기분이 너무 좋다. 아빠와 엄마는 에르반에게 학교가기 싫어서 그런거 였다고 하거나 역시 초코렛때문이었다고 하시지만 에르반은 아무 말도 안 했다. 에르반의 마지막 말, " 우리 엄마 아빠는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될 때 아주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
모든 사람은 다 잘 살고 있는데, 나만 문제인 것 처럼 보일때가 많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알고 보면 모두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 부딪치고 있고, 갈등하고 있고, 용기를 내서 극복해내고 있다. 주어진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 문제이다. 내 마음이 상황을 얼마나 왜곡되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실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왜곡된 신념을 버린다면 내게 주어진 상황들이 그리 어려운 문제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용기를 내게 한다. 재미있고 재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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